미국의 기술개발 압박 속에서, 베이징은 민간 부문 혁신으로 회귀하다
작성자: 빅토리아 허르체그 | 2025년 5월 30일
억만장자들에게 내민 ‘올리브 가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수년간 억만장자 기업가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며 옥죄어 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이들에게 지원을 약속하며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습니다. 최근 심포지엄에서 시 주석은 억만장자 기업가들에게 “중국 정부는 민간 기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알리바바의 마윈을 비롯해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억만장자들이 다시금 컨퍼런스나 대학 강연에 나서 ‘중국의 첨단기술 현대화’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캠페인을 지지하거나 아예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었지만, 이제는 중앙정부의 후원을 받으며 공개석상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법적 보호와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이제 이들 억만장자들은 공개 발언을 장려받을 뿐 아니라, 법적 보호도 새롭게 제공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첫 ‘민간기업진흥법’이 5월 20일부터 시행된 것입니다. 이 법은 기술혁신과 내수 소비를 동시에 활성화하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에서 억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여전히 ‘위험’을 동반합니다. 새로운 법적 보호가 생겼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우선순위가 모든 것을 앞서며, 부자들은 언제든 정치적 충성심을 증명해야 합니다. 시진핑의 이러한 태도 전환은 단순한 ‘우호’라기보다는, 둔화하는 경제를 다시 살리고 고용을 늘리며 미국의 기술 제한에 맞서 ‘자립’을 이루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억만장자의 부상과 다시 찾아온 단속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억만장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언뜻 의아해 보일 수 있습니다. 마오쩌둥 시기에는 부의 축적이 ‘계급투쟁’과 ‘부의 평등’이라는 이념과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계획경제의 침체를 돌파하기 위해 시장개혁을 도입하며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이라는 구호로 개인의 부를 인정했습니다. 본격적인 ‘달러 억만장자’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습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약 60명의 억만장자가 생겼고,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라는 구호로 지역 간·계층 간 격차 해소를 강조했지만, 2010년대 말까지 억만장자 수는 40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2025년 현재 후룬 글로벌 부자 순위에는 중국 억만장자가 823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작년에는 미국을 잠시 앞서기도 했습니다)로 많습니다. 이는 중국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면서도, 공산당이 통제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로도 작용합니다.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은 민간기업을 통해 부를 일궜습니다. 덩샤오핑은 이들을 “고용창출과 혁신으로 사회 전체를 이롭게 할 것”이라며 정당화했지요. 실제로 오늘날 중국의 민간기업은 GDP의 60% 이상, 도시 고용의 80%, 기술혁신의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완전한 공산주의’(부의 완전한 평등)는 여전히 요원하지만, 시 주석은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겠다며 소득격차를 줄이겠다고 강조합니다. 2020~2022년의 초슈퍼부자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특히 기술·금융 분야)은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습니다.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업가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분명했습니다.
마윈 사례와 고위험 경고
마윈 사례는 이런 위험을 잘 보여줍니다. 2020년, 상하이 연설에서 중국 금융 시스템을 공개 비판한 직후, 앤트그룹의 IPO는 중단됐고 마윈은 한동안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후 2022년에 도쿄에서 강의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죠. 마윈의 몰락은 기술 분야 억만장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단속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분배와 재분배’를 내세웠지만, 정치적 통제가 근본 동기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며 당의 경각심을 키웠습니다. 핀둬둬와 테무의 콜린 황도 ‘공동부유’ 노선에 적극 동참하지 않아,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규제 완화와 경제 우선의 새로운 기류
2022년 무렵부터 중국 지도부는 ‘정상화’로 전환하며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기술제재에 맞설 ‘자립’의 필요성과 민간기업의 경제 회복·청년 고용 기여도를 다시 인정한 결과입니다. 시 주석도 ‘공동부유’ 구호가 지역·계층 격차 해소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받아들였습니다. 여전히 ‘공동부유’는 명분으로 남아있지만, 경제성장이 다시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법: 민간기업진흥법
2024년까지도 민간기업 투자와 고용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시진핑이 마윈을 비롯한 억만장자들과 대규모 회의를 열며, 이번에는 진정한 기류 전환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기술 억제에 대응해, 베이징은 인공지능·클라우드·첨단기술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혁신을 다시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영기업보다 민간기업이 시장 대응과 혁신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변화의 가장 구체적 신호가 바로 5월 20일 시행된 ‘민간기업진흥법’입니다. 이 법은 민간기업과 국유기업 간의 평등한 대우, 시장 접근 개선, 신용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합니다. 또한 지역정부가 예산 부족을 채우려고 민간기업 자산을 압류하는 ‘이익 추구형 집행’을 억제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중앙정부는 감독팀을 보내고 징계로 제어할 방침이며, 재정이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재정이전(이전금)과 세제개편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런 약속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명문화된 법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법은 국가 기관이 민간기업을 ‘동등한 법인’으로 대우할 것을 의무화하며, 자의적 처벌이나 강제폐쇄로부터 보호합니다. 다만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여전히 커서, 중앙-지방 간 충돌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부자와 국가 목표 사이의 균형
이러한 변화는 중국 정부가 경제회복과 혁신을 위해 민간기업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법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더 예측 가능한 조건 아래 중국이 여전히 개방적”이라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리창 총리도 “중국은 외국기업을 환영하고 매력적인 투자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며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덩샤오핑 시절처럼 ‘부를 마음껏 축하’하는 단계까지 회귀한 것은 아닙니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 부문의 역동성을 활용하면서도, 통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합니다. 억만장자들은 더 많은 공개 활동을 허용받았지만, 여전히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하고 부를 과시하면 안 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실각하거나 기업이 재편될 위험이 큽니다. 물론 시 주석이 민간 부문을 경제적 동력으로 삼고 있는 만큼, 광범위한 재단속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금융·언론 등 민감한 분야의 기업가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엄격한 감시를 받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수 기업 농푸산취안(農夫山泉)의 회장 종산산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민감성’이 낮아 조용히 659억 달러의 재산으로 중국 최고 부자가 되었습니다.
결론: 허용되는 한계선
시진핑의 접근법은 한 가지에서만큼은 덩샤오핑의 그것과 닮았습니다. 즉, ‘부’는 국가의 기술자립·고용창출 같은 목표에 기여하는 한에서 용인됩니다. 그러나 억만장자들은 언제나 당에 충성해야 하고, 그들의 부와 지위도 정치적 충성심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법적 보호가 현실적인 안전판이 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건부’입니다. 시진핑의 중국에서 기업가들은 번영할 수 있지만, 결코 당의 권위에 도전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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