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political Futures / 2025년 12월 23일 / 〈US and China Find a New Intermediary in the Taiwan Strait〉
(Victoria Herczegh)
미·중 관계 완화 조짐과 대만 야권에 대한 동시 접근
미국과 중국의 경쟁 관계가 완화되는 초기 신호가 나타나는 가운데, 양측은 모두 대만의 정치적 야권에 접촉하고 있다. 먼저 대만 주재 사실상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국민당(KMT)의 새 당대표로 선출된 **정리원(Cheng Li-wun)**을 미국 방문에 초청했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역시 2월 중순 설 연휴 전후로 정리원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은 몇 안 되는 제도화된 양안 교류 채널 가운데 하나인 상하이–타이베이 도시 포럼 참석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워싱턴과 베이징이 신중하게 관계 안정화를 모색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으며, 양측이 대만을 직접적으로 둘러싸고 경쟁하기보다는 대만의 정치 지형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워싱턴의 계산: 시점과 방식이 의미하는 것
미국이 정리원에게 손을 내민 것은 특히 시점상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대만 야당과도 접촉해 왔지만, 이번 초청은 최근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수사가 누그러진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는 대만의 다국적 군사훈련(RIMPAC 등) 참여를 장려하던 표현이 삭제되었다.
AIT는 주로 국무부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통상 대만 정치인들은 타이베이에서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원을 미국으로 초청했다는 점은 접촉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고, 사실상 대사관을 넘어 고위급 인사를 참여시킬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논의의 초점을 “전쟁 회피(avoiding war)”에 두고 있다는 점은, 안정과 자제를 강조하는 대만 정치 세력과 협력하려는 전략을 반영한다.
베이징의 이해관계: 이념적 친화성
중국의 관심은 보다 직접적이다. 정리원과 시진핑의 회동 가능성은 중국 지도부가 그녀를 이전의 국민당 지도자들과는 달리 이념적으로 더 잘 맞는 인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리원은 대부분의 대만 정치인보다 중국적 정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양안의 반관반민(半官半民) 대표들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다는 비공식 합의인 1992년 합의를 장기적 평화의 기초로 묘사한다.
이러한 수사는 강압에만 의존하지 않고 문화적 유대와 정치적 정상화를 강조하는 베이징의 선호 담론과 밀접하게 부합한다.
상하이–타이베이 도시 포럼의 의미
상하이–타이베이 도시 포럼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화한다. 비록 “비정치적 지방정부 교류”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는 집권 민주진보당(DPP)이 베이징과의 접촉을 꺼리는 상황에서도 양안 대화 채널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포럼은 공식 메커니즘이 동결된 상황에서도 국민당이 지속적으로 소통 창구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정리원의 부상과 국민당 내부 기반
정리원의 부상은 왜 워싱턴과 베이징이 동시에 그녀에게 주목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그녀는 10월에 국민당 대표로 선출되었으며, 이제 당의 양안 정책을 총괄하고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대선을 이끌게 된다.
그녀의 ‘외성인(外省人, mainlander)’ 배경—중국 내전 패배 후 국민당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가계—은 그녀의 정치적 정체성과 당내 호소력을 형성한다. 중국 정체성에 대한 직설적 발언은 국민당의 이른바 ‘딥 블루(deep blue)’ 지지층, 특히 외성인 출신 예비역 군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황푸싱(黃復興) 계파와 강하게 공명한다. 황푸싱 조직을 재건하려는 초기 행보는 그녀의 당내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정책 노선: 베이징 신뢰, 워싱턴 회의론
정리원의 정책 입장 역시 같은 세계관을 반영한다. 그녀는 베이징의 의도에 대해 강한 신뢰를 표명하며, 1992년 합의를 실행 가능한 평화 장치로 본다. 그녀는 군사 대비가 아니라 정치적 화해가 대만의 진정한 국가 방위라고 주장하며, 국방비를 GDP의 3% 이상으로 늘리는 데 반대한다.
또한 미국에 대한 회의론도 뚜렷하다. 이는 미국이 과거 국민당을 배신했다는 인식, 그리고 무기 판매 지연·고비용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는 대만이 미·중 간 협상에서 ‘협상 카드(bargaining chip)’로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러한 강경한 대미 수사는 핵심 지지층에는 호소력이 있지만, 대만의 안보를 미국의 지원보다는 중국의 자제에 더 의존하는 전략적 인식을 반영한다.
미·중 데탕트 국면에서의 가치
형성 중인 미·중 완화 국면에서 양측은 모두 그녀와의 접촉에서 가치를 본다. 베이징은 경제 안정과 미국 자본 유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이념적으로 이해 가능한 상대로 인식한다. 워싱턴은 장기 협상을 준비하고 긴장 고조 위험을 낮추려는 입장에서, 현재 입법부를 장악하고 2028년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국민당을 **유용한 보험(hedge)**으로 본다.
트럼프–시진핑 논의에서 대만 문제가 상대적으로 낮춰진 점 등 워싱턴의 신호는, 대만 문제를 부각하기보다는 관리(management)의 대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접근은 국민당이 전통적으로 맡아왔던 안정적 중개자 역할을 재확인할 공간을 만든다. 국민당은 반공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화와 교류를 지지해 왔으며, 이 점에서 민주진보당보다 베이징에 수용 가능하면서도 워싱턴에 완충 세력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타이베이 시장의 상하이 방문 역시 이러한 맥락에 부합한다.
한계와 제약
그러나 정리원의 부상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국 정체성 강조, 황푸싱 부활, 대만 독립에 대한 명시적 반대는 그녀를 이전 국민당 지도자들보다 베이징의 서사에 더 가깝게 위치시키며, 정치적 통합을 압도적으로 거부하는 대만 사회 전반에서는 지지 기반을 제한한다. 젊은 유권자들은 그녀의 수사를 시대착오적이며 대만의 고유한 정치 정체성과 동떨어진 것으로 본다. 국민당 내부에서도 향후 선거에서 당을 지나치게 “친중(親中)” 이미지로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제도적으로도 그녀는 외교 정책이나 대통령직을 통제할 권한이 없으며, 국방 태세를 바꾸려는 시도는 국내 반발과 미·대만 관계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관리자로서의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원은 현재의 지정학적 순간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베이징에 강압 이외의 대안을 제시하고, 워싱턴에는 입법부 및 야당과 연결되는 채널을 제공한다. 그녀는 소통선을 유지하고, 적대적 수사를 완화하며, 추가 교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다.
통일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고착된 여론, 홍콩 탄압 이후의 불신, 정치적 통합이 초래할 불안정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취약한 지역 환경에서 대화의 가치는 분명하다.
결론: 해결은 아니지만 관리의 도구
워싱턴과 베이징이 동시에 정리원에게 접근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안정과 소통을 선호한다는 공통된 선택을 반영한다. 정리원은 미·중 조정 국면에서 유용한 중개자가 될 수 있지만, 국내 정치와 전략적 현실이 그녀의 영향력을 제한한다. 그녀는 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관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환경에서, 관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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