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political Futures, 2026년 1월 22
「The Return of the Nation-State in the Middle East」(힐랄 카샨)
냉전 이후 중동 질서의 붕괴
냉전 시기 동안 중동 전역에서는 국민국가 체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는 제3세계 전반에 걸쳐 극심한 불안정의 시대를 열었다. 대표적 사례가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KRG)**의 수립이다. 이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미국의 개입이 초래한 결과였다.
21세기 초로 접어들며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미국이 ‘새로운 중동(New Middle East)’ 구상을 제시하면서 혼란이 상시화되고, 작고 취약한 정치 단위들이 표준이 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고, 그 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들이 확산되어 바그다드 정부를 지배하게 되었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가 사실상의 ‘미니 국가’를 형성하며 국가 내 최대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다.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이 2014년까지 북부 대부분을 장악했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아랍의 봄 봉기가 유혈 내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아사드 정권의 붕괴로 귀결되었다.
워싱턴의 인식 전환: 분할은 기회가 아니라 위협
그러나 중국이 강력한 세계 경제·군사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워싱턴의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미국은 더 이상 국가 분할을 기회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이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들이 개입해 미국의 이익을 잠식할 수 있는 전략적 위협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동 정책 논리는 분열된 정치 단위들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통합된 국가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미국의 새로운 중동 정책을 추동하는 요인과 그 지역적 함의를 분석한다.
중국의 도전
■ 대국 경쟁의 귀환
수십 년간의 단극 체제 이후, 오늘날 국제정치에서는 대국 경쟁이 현실로 복귀했다.
중국은 중동에서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지역 안보 회의를 주최했으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을 포함한 구상도 제시해 왔다. 또한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에게 매력적인 개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중동 진출은 베이징과 지역 정부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개발 협력과 기술 이전 측면에서 그렇다.
■ 거래적 경쟁 구조
냉전기의 대국 경쟁이 거대한 이념과 서사를 동반했다면, 오늘날의 경쟁은 **순수하게 거래적(transactional)**이다.
포괄적 정치 프로젝트나 조직 원칙은 부재하다.
미국은 이미 과도하게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미 분열된 중동 국가들에서 새로운 분쟁을 시작하거나 기존 분쟁을 관리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워싱턴의 최우선 경쟁자이며,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 다수는 미국·중국·기타 강대국과 동시에 관계를 유지하는 다축 외교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현 국제·지역 환경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유리하다.
중국은 중동의 교역 및 에너지 수송로를 통제함으로써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에서의 우위 유지가 중국의 패권 달성을 저지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중국–이란–사우디 삼각 구도
중국은 이란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며, 이는 제재 속에서도 이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한다.
군사적으로는 중국 기술이 이란의 드론·미사일 능력을 향상시켰다.
따라서 중국과 이란은 전통적 동맹이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 파트너에 가깝다.
중국은 경제·외교적 보호막을 제공하고, 이란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지역 불안정을 조성해 양측의 이해를 충족시킨다.
사우디–이란 화해와 중동 질서 재편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는 중동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단순한 외교 관계 복원이 아니라, 지역 안보와 영향력의 정치적 경계를 재설정하는 신호다.
2023년 3월 중국이 중재한 합의는 양국의 전략적 인식 변화와 함께 중동 구조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이는 기존 동맹이 약화되고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며, 걸프 국가들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 재평가를 요구한다.
각국의 계산
이 화해는 일시적 사건이 아니라 안보·에너지·동맹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조치다.
- 이란: 국내 시위와 경제 위기로 인해 정권 압박을 완화하고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 사우디아라비아:
- 정치·안보적으로는 예멘 전쟁 종식이 핵심 과제였고, 후티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이란과의 직접 대화가 필요했다.
- 경제적으로는 비전 2030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역 안정과 외국인 투자가 필수였다.
- 중국의 중재는 사우디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지정학적 의미를 더했다.
미국의 시각
미국은 테헤란 정권을 전복하기 위한 군사 행동에 관심이 없다.
1953년 모사데그 총리 축출이나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고, 내부 변화를 선호한다.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혁명적 종교 이념에서 벗어난 ‘정상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이란 합의는 이슬람공화국에 새로운 생명선을 제공하며, 이는 미국의 중동 전략과 충돌한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이스라엘과 동급의 지역 강국으로 인정받기를 요구하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은 중동 국가들의 대중(對中) 경제 협력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들이 미국의 안보·기술·정치적 우산 밖으로 이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사우디–이란 합의는 그 가능성을 높인다.
국민국가의 재부상
중동은 여전히 해양·지역 안보, 경제 구조 개혁, 종교·민족 갈등, 빈곤과 난민 문제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여기에 추가적인 영토·정치적 분열이 더해지는 것을 막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 시리아 동부가 중국에, 남부가 러시아에 개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 이라크에서도 과거 쿠르디스탄 자치지역과 직접 거래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지한다. 분열은 중국의 인프라 개입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예멘의 분할 역시 거부한다. 이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중국의 군사 거점을 허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묵인과 질서 유지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남부에서 UAE가 지원한 분리주의 세력을 군사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던 것,
시리아 정부군이 미국의 승인 하에 SDF를 동북부 대부분 지역에서 축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가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1945년 영국이 아랍을 분열된 국가가 아닌 하나의 블록으로 상대하기 위해 아랍연맹 창설을 추진했던 것과 유사하다(비록 실제로는 단일 정치체로 작동하지 못했지만).
결론: 경쟁이 만든 안정
대국 간 경쟁은 약소국들에게 보호막 역할을 하며, 국가 통합은 강대국들에게 지정학적 필요가 되었다.
중국의 부상은 수년간 혼란에 빠졌던 중동이 회복할 기회를 제공했다.
7세기 중엽 아라비아의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양 떼가 흩어지자, 나는 주께 늑대와 하이에나를 보내 달라고 기도했다.”
늑대와 하이에나가 서로 싸우는 동안 양은 살아남는다.
이는 오늘날 중동의 지정학을 상징하는 비유다.
강대국들이 서로에게 몰두한 결과, 중동 국가들의 통합은 유지되고 있다.
중동은 계속해서 경쟁의 장이겠지만, 동시에 그 경쟁을 형성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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