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통적 군사 강국, 지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준비
by Kamran Bokhari
미국은 약 80년 동안 유지해온 세계 안보 보장자의 역할에서 점차 물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후퇴 속에서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가 부상하고 있으며, 일본과 독일 같은 주요 국가들은 수십 년간 재무장을 의도적으로 자제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자국에 닥친 위협에 자력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군사적 부상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국의 실질적인 이탈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이 완전히 책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군사 증강과 중국의 도발
6월 10일자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대규모 군사 증강을 추진 중이며, 이는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에 대한 대응이자,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안보 부담 분담을 요구하는 데 따른 조치입니다. 그보다 하루 앞선 6월 9일, 중국은 랴오닝함과 산둥함이라는 항공모함 2척을 동시에 배치하며, 일본 이오지마 인근 해역에서 사상 최초의 동시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독일군의 해외 상시 주둔과 러시아의 위협
한편 독일에서는 메르츠 총리와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5월에 리투아니아에 독일군 상시 주둔 기지 개설식에 참석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독일군이 해외에 상시 주둔하게 된 것입니다. 이어 6월 9일, 독일 외무정보기관(BND) 국장은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서방을 시험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 의존에서 자율 방위로 전환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의 안보 개입이 불확실해지자, 일본과 독일은 군사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국가는 미국의 안보 제공 덕분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냉전 당시 독일은 1955년 NATO 가입을 통해 다자 안보 체제에 들어갔고, 일본은 1951년부터 미국과의 양자 안보협정을 유지해 왔습니다. 최근 들어서야 일본은 몇몇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 협력체에도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의 독일의 재부상
독일은 EU의 경제 엔진이자 중심 국가로, 향후 유럽 방위체계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독일 정보기관의 경고에서도 드러나듯, 베를린은 미국이 여전히 유럽 안보에 어느 정도 개입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에서의 철수 초기 단계에 있으며, 향후 어떤 형태로 관여할지는 미국 스스로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유럽이 미국이 맡았던 기능을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철수 과정은 달라질 것입니다.
유럽 안보 주도권: 누가 결정할 것인가?
그러나 전술적 군사 역할 분담 이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누가 최종 권위를 가질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NATO는 미국이 지휘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군사 동맹이 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철수에 대해 유럽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어떤 유럽 국가 아래 자신을 종속시킬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폴란드, 그리고 독일의 야망
영국이 2020년 EU를 탈퇴하면서, 프랑스는 유일한 핵 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남았습니다. 프랑스는 군사력 투사에 대한 역사적 경험이 풍부하고, 자신이 유럽 안보 체제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폴란드도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 국가로서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 중이며, 향후 구조 개편에서 주요 이해당사자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독일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제3제국이 몰락한 1945년 이후 군사 강국으로의 정체성은 사라졌지만, 독일은 1960년대 이후 줄곧 세계 3위권의 경제 대국이었습니다. 1990년 통일, 1991년 소련 붕괴, 브렉시트 등은 독일의 위상을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독일은 EU 내 합의 형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응할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서태평양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
한편, 수십 년간 서태평양 지역에는 NATO와 같은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은 해양 지배력을 압도적으로 행사했으며, 냉전기에는 소련이 육상에서의 위협에 집중했고, 중국은 아직 강대국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전쟁의 교착, 베트남전 패배, 중화인민공화국 승인 등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과의 동맹을 통해 이 지역의 안보를 견고하게 유지했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반격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투자와 기술을 바탕으로 지경학적 강국으로 부상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군의 접근을 차단하는 A2/AD 전략을 개발했고, 2000년대에는 미국의 중동 전쟁 개입을 틈타 군사 현대화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대에는 첫 항공모함 ‘랴오닝’ 진수와 함께 원양 해군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이제는 기술적으로 미국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대응: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화
미국도 중국의 부상에 지난 10여 년간 강하게 대응해왔습니다. 주목할 만한 전환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7년 '쿼드'(Quad) 재강화: 인도, 호주, 일본과의 협력
- 2018년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 창설
- 2021년 AUKUS 체결: 미국-영국-호주 3국 안보 협정
- 2023~2024년 JAROKUS(한국 포함), JAROPUS(필리핀 포함) 창설
이 모든 조치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도 일본을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NATO와 같은 지역 안보 구조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이 물러날 경우를 대비해 독자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결론: 과거의 군사 강국들, 다시 전면으로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안보 질서의 변화가 어떤 형태로 정착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군사 강국인 일본과 독일이 다시금 독자적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매우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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