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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미국의 남코카서스 개입과 유라시아에 미칠 영향

최근 평화 협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 카므란 보카리(Kamran Bokhari)


1. 역사적 전환점이 된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평화 협정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평화 협정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남코카서스 지역은 서방과 유라시아 중심부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미국이 이 지역의 교착 상태를 끝내는 데 개입한 것은 긴급하면서도 필수적인 조치였습니다.
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워싱턴은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거나 최소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2. 백악관에서 공식 서명된 협정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와 아르메니아 총리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은 올해 3월부터 평화 합의를 향해 진전을 이뤄왔지만, 지난주 백악관에서 협정에 공식 서명하며 이를 확정했습니다.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장게주르 회랑(Zangezur corridor)’을 관리하게 되는데, 이 회랑은 현재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 TRIPP)’**로 명명되었습니다. 이는 아르메니아 남부에서 이란과의 국경을 따라 이어지며,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히체반 자치령을 연결합니다.
예레반은 99년 임대 계약으로 회랑의 독점 개발권을 미국에 부여했고, 이 권리는 철도, 석유·가스·광케이블 라인, 그리고 전력 송전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개발을 맡을 컨소시엄에 재임대될 예정입니다.


3. 미국의 지정학적 입지 강화

평화 협정이 완전히 이행되기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지만, 미국이 이 과정에 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중요성은 막대합니다.
이로써 미국은 흑해와 카스피해를 잇는 육상 회랑에 발판을 마련했는데, 이 지역은 지난 200년간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해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장악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에서 터키의 지원을 받은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를 꺾고 30년 가까이 분쟁이 이어진 영토를 되찾으면서 그 조짐이 분명해졌습니다.


4.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미국과의 관계 개선

그 이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모두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에 상당한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있었음에도 전쟁에서 도움을 주지 못했고, 이로 인해 예레반은 장기적인 안보를 위해 워싱턴에 눈을 돌렸습니다.
반면 아제르바이잔은 작년 12월 러시아가 민간 여객기를 격추한 사건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었고, 미국과의 관계는 개선되었습니다. 이번 평화 협정은 미국이 이러한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특히 미·러 정상회담(알래스카 예정) 단 일주일 전에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5. 미국-터키 연합, 모스크바 남쪽 측면에 장기 거점 구축

비록 러시아의 영향력이 약화되었지만, 인접국 조지아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어 남코카서스에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세력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미국이 터키와 함께 모스크바의 남쪽 측면에 장기적인 전략 거점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TRIPP의 개발과 장기 관리에는 남코카서스에서의 강력한 미국 안보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6. 이란의 더 큰 우려

이번 상황에서 러시아보다도 더 우려하는 국가는 이란입니다. TRIPP는 아르메니아-이란 국경 전체를 따라 지나가며, 남코카서캅카스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세력 확대는 이란에 위협이 됩니다.
이란 인구의 약 4분의 1은 아제르바이잔계(아제리)이며, 주로 아르데빌(Ardebil), 동아제르바이잔(East Azerbaijan), 서아제르바이잔(West Azerbaijan) 등 3개 북서부 주(州)에 거주합니다.


7. 터키 영향력 확대와 이란의 역사적 불안

이란은 또한 카스피해 건너편 국가로서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습니다. 남코카서스는 1천 년 이상 터키계와 페르시아계의 주요 전장이었고, 이란 북서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상황은 작년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로 시리아를 터키에 내준 이후 더 심각해졌습니다. 또한 12일간의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이란은 예루살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바쿠(아제르바이잔 수도)로 인해 북서부 안보에 더욱 취약해졌습니다.


8. TRIPP가 이란에 미칠 장기적 파장

아르메니아가 TRIPP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남코카서스에서의 장기적인 미국 주둔은 워싱턴에 이란 북부 국경에서 이슬람 공화국을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는 거점을 제공합니다.
현재 이란은 역사적인 국내 정치 변환기를 겪고 있습니다. 80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IRGC) 강경파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정규군과 실용주의 성향의 민간 동맹 세력이 정치적 발언권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권력투쟁의 향방은 불확실하지만, 미국이 이란 북부 국경의 핵심 지경경제(geoeconomic) 회랑을 장악하면 수십 년간 테헤란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얻게 됩니다.


9. 중앙아시아로의 영향력 확장 가능성

TRIPP는 시간이 지나면 미국이 카스피해 동쪽, 즉 중앙아시아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미국 영향력이 가장 약했던 곳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었을 때, 중앙아시아는 이미 소련의 지배하에 있었고,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의 영향권에 남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이란과 적대 관계였기 때문에 중앙아시아에 접근할 통로가 없었고, 아프가니스탄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 중국의 중앙아시아 진출

반면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일대일로(BRI)**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왔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광산, 에너지, 인프라, 통신, 소프트 파워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2023년 5월에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출범시켜 현재 2년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첫 회의는 시안에서, 두 번째 회의는 올해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렸습니다.
중국은 무역 자유화, 산업 투자, 지역 연결성, 그린 광물, 농업 현대화, 인적 교류를 우선시하며, ‘중간 회랑(Middle Corridor)’로 알려진 횡카스피 국제 운송 회랑을 통해 서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11. 지정학적 병목 해소와 향후 전망

TRIPP 협정 체결은 지정학적 병목지점 해소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 중국이 지역에서 지리적 이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워싱턴과 모스크바가 합의해 러시아가 재정비 시간을 벌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남코카서스에서의 미국 개입은 장기적으로 큰 전략적 기회임이 분명합니다.

 

20250814_the-us-in-the-south-caucasus-and-implications-for-eurasia-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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