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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유럽, 대러 제재 방법을 재검토하다

(Europe Reconsiders Its Approach to Sanctions Enforcement)
2025년 10월 8일 | 글: 안토니아 콜리바사누


1. 최근 사건들로 드러난 유럽의 안보 불안

지난주 유럽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안보와 복합 위협(hybrid threats)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독일 뮌헨 공항은 여러 차례 드론이 목격된 후 두 번이나 폐쇄되었고, 수십 편의 항공편이 결항되었으며, 무인 항공기를 탐지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비상 조치가 발동되었다.
아직 책임을 자처한 세력은 없으나, 베를린 당국은 최근 유럽 상공에서 발생한 여러 미확인 드론 침입 사건을 근거로 외국 정보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더 주목할 만한 사건은 10월 1일 프랑스 해군이 생나제르(Saint-Nazaire) 인근 해상에서 러시아와 연관된 유조선 ‘보라카이(Boracay)’호를 나포하고 선장을 구금한 것이다. 프랑스는 이 선박이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2. 보라카이호: 제재 회피의 상징

보라카이호에는 최대 75만 배럴의 원유가 적재되어 있었으며, 러시아 프리모르스크(Primorsk) 항을 출발해 인도로 향하고 있었다.
이 선박은 베냉(Benin) 국기를 게양하고 있었으나, 조사 결과 등록 서류가 허위이거나 무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장은 중국 국적자이며, 현재 2026년 2월 프랑스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올해 초에도 같은 선박은 ‘키왈라(Kiwala)’라는 이름으로 에스토니아에서 서류 위조 및 등록 미비로 억류된 바 있다. 이러한 ‘그림자 선단’ 선박들은 선명과 국적을 수시로 바꾸며 제재를 회피하는 것이 특징이다.


3. 제재 집행 방식의 변화 조짐

보라카이호 사건은 서방의 제재 집행 방식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나포를 “유럽연합이 설정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선을 초과하는 불법 거래를 차단하고,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약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했다.
또한 지난달 덴마크 인근 군사 시설과 공항 상공에서 포착된 미확인 드론과 보라카이호 간의 연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프랑스와 덴마크 수사당국은 이 둘의 연계 여부를 공동 조사 중이다.


4. 기존의 소극적 제재 방식의 한계

보라카이호 억류 이전까지 서방 국가들은 은행, 보험사, 선박 등록기관을 통해 제재를 간접적으로 집행하는 데 주로 의존해왔다.
예외적으로 핀란드에서는 러시아 ‘그림자 선단’ 소속으로 의심되는 유조선이 발트해 해저 전력 및 통신 케이블 손상 사건에 연루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핀란드 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며 해당 사건을 각하하여, 해상 제재 집행의 법적 어려움을 다시 부각시켰다.


5. 보라카이 사건이 갖는 새로운 의미

보라카이호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안보·복합 위협 맥락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달간 유럽 상공과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드론 활동이 급증했으며, 이로 인해 제재 회피 행위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협의 일환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가진 유조선이 단순한 제재 회피 수단이 아니라,

  • 정찰,
  • 전자 지원,
  • 상업 교통망을 이용한 작전 수행 등
    다목적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제약이 줄어들고, 각국은 승선·압류·확장 조사 등의 해상 집행 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취할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6. 프랑스의 선도적 역할과 유럽의 향후 방향

보라카이호 사건은 유럽이 이전보다 공격적인 해상 제재 집행을 시도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프랑스가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앞으로 EU는 단순히 보험사나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적 해상 차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

EU 관측 매체 EUobserver에 따르면, 유럽 정책입안자들은 러시아 그림자 선단으로 의심되는 16척의 유조선이 발트해에 진입할 경우 이를 억류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수단을 준비 중이다.


7. 제재 회피의 위험도와 경제적 영향

유럽 해역에서의 제재 회피가 더 이상 저위험(high reward) 행위가 아니라면, 그림자 선단은

  • 더 먼 공해에서 항해하고,
  • 자동식별시스템(AIS)을 장기간 끄며,
  • 느슨한 법체계를 가진 국가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 보험료 상승,
  • 무보험 운항 증가,
  • 법적·상업적 위험 확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러시아의 수출 자체를 멈추지는 못하겠지만,
    수익성을 낮추고, 운송 지연을 초래하며,
    결과적으로 전시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다.

8. 법적 시험대: 국제해양법 적용

이번 사건은 국제 및 국내 해양법의 적용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허위 국적(flag of convenience) 혹은 불투명한 소유 구조를 가진 선박에 대해 어느 나라가 어느 범위까지 집행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또한 국기 검증, AIS 포렌식, 화물 추적 등 복합적 조사 기법이 활용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무기 금수조치이중용도 기술 통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9. 미국의 제재 전략과의 차별성

보라카이호 사건은 미국식 제재 접근법에 대한 대안 모델로 부상할 수 있다.
2025년 8월,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 인도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했고, 유럽에도 인도·중국 제재 동참을 요구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이번처럼 그림자 선단을 직접 차단하는 방식의 **‘간접적 제재’**에 성공한다면,
이는 인도·중국과의 직접적 충돌 없이 러시아 공급망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략으로 부각될 것이다.
유럽은 이를 **“전략적 압박과 정치적 신중함의 균형”**이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10. 러시아의 예상 대응과 유럽의 과제

러시아는 이러한 조치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크림반도 병합(2014) 이후 러시아는 GPS 교란, 해상 전파 방해, 해저 인프라 공격저비용·부인 가능한 전술을 즐겨 사용해왔다.
이번에도 러시아는 유럽 해운을 괴롭히거나 **하이브리드 공격(hybrid tactics)**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유럽 각국은 **다중 분야 협력(coordinated multi-domain defense)**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쉽지 않지만,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보다는 훨씬 저비용의 방어책이다.


11. 유럽의 해상 안보 전략 전환

보라카이호 사건의 의미는 단순한 나포 이상의 것이다.
프랑스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제재 집행을 행정 절차(regulatory exercise)에서 해상 안보 작전(maritime security operation)**으로 전환시켰다.
즉, **경제전쟁(economic warfare)**을 해군 작전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이다.

이는 제재 회피, 복합 위협, 해양 지정학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유럽이 이 기회를 확장시킨다면,

  • 러시아의 비용을 높이고,
  • 해상 안보 주권을 강화하며,
  • “유럽의 안보는 해안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실천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미국의 전략적 틀에는 협조하면서도,
직접적으로 구매국(인도·중국)을 제재하기보다,
러시아의 수출 생명선과 물류 기반을 타격하는 **‘유럽형 현실적 제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251008_europe-reconsiders-its-approach-to-sanctions-enforcement-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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