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정세메모

탈레반 토후국, 중국, 인도, 그리고 파키스탄

 

카므란 보카리 (Kamran Bokhari) /  2025년 10월 17일 | Geopolitical Futures


1. 미군 철수 이후의 불가피한 충돌

202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아프간 탈레반과 그들의 오랜 후원국이었던 파키스탄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 갈등은 ‘파키스탄 탈레반(TTP)’ 세력이 카불의 사주를 받아 파키스탄 영토 내 공격을 감행하면서 표면화되었다.
이런 공격은 중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경제 거래를 확대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한편 아프간 탈레반이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행보도 보이는데, 이는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카불이 자국 서부 국경에 영향권을 형성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파키스탄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올 것이다.


2. 최근의 국경 충돌과 일시적 휴전

10월 15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최근 몇 년간 가장 격렬했던 국경 충돌 이후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 충돌은 탈레반이 4년 전 재집권한 이후 양국 간 최악의 교전이었다.
휴전은 파키스탄이 **카불과 칸다하르(탈레반의 이념적·사실상 수도)**를 공습한 뒤 체결되었다.
이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 탈레반 외무장관은 인도를 6일간 방문 중이었으며, 이는 파키스탄-탈레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지정학적 모순을 잘 보여준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10월 12일 성명에서 “아프간 국민이 언젠가 진정한 대표 정부 아래 해방을 누리길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는 과거 탈레반 집권을 지지하던 파키스탄의 태도에서 극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3. 양국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

필자는 2022년 12월 이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충돌 가능성을 예견하며 그 원인을 분석한 바 있다.
탈레반은 **중세적 신정체제(theocracy)**를 유지하려 하지만, 인접한 파키스탄은 현대적 정부 구조와 활발한 시민 사회를 가진 나라이다.
이 간극을 막기 위해 탈레반은 파키스탄 내부에 친탈레반 세력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구축하려 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장을 방어하고, 동시에 이념적으로 유사한 단체들을 육성하려는 것이다.


4. 경제적 고립과 중국의 신중한 태도

탈레반 정권의 가장 큰 과제는 체제의 안정적 통치와 재정 확보이다.
서방 세계는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그들을 거의 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켰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가혹한 율법(샤리아) 해석을 지속하고 3천만 아프간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한, 정상 관계는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는 실용적 이유로 제한적 협력을 시도하지만, 매우 선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결국 탈레반은 외국 자본 유치 없이는 경제를 운영할 수 없으며, 그 유일한 현실적 파트너는 중국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중국의 광업·에너지·농업·통신·인프라·건설·의료 분야 투자를 기대하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 8월 실패한 석유 개발 계약 이후 중국은 탈레반의 사업 방식을 **“도적질(banditry)”**에 비유하며 비판한 바 있다.


5. 통치 경험의 부재와 국제 신뢰 부족

탈레반은 게릴라 조직 출신의 집단으로서, 행정 경험이나 경제 운영 능력이 거의 없다.
그들의 재원 대부분은 범죄와 밀수로 조달된 자금이었다.
따라서 국제적 기준의 정치·경제적 신뢰 구축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한계 속에서 탈레반은 유일한 주요 투자국인 중국마저 멀어지게 만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내 탈레반의 공격은 중국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해친다.


6.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과 탈레반의 딜레마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일대일로(BRI)**의 핵심 축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만성적 재정난은 중국의 투자 회수 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들고,
중국인 근로자들은 탈레반 무장세력과 발루치 분리주의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 왔다.

따라서 의문이 생긴다 — 탈레반은 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공격을 감행하는가?


7. 폭력을 통한 협상 전략

그 답은 탈레반이 가장 잘하는 것, 즉 폭력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에 있다.
탈레반은 중국의 관심을 끌 유일한 방법이 그들의 핵심 동맹인 파키스탄을 공격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또한 파키스탄이 군사적 대응을 하더라도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계산한다.
탈레반의 의도는 파키스탄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고, 거기에 중국까지 참여시키는 것이다.

탈레반은 자신들만이 파키스탄 내 반군 통제력을 가지고 있음을 중국과 파키스탄이 깨닫길 바란다.
그들이 결국 탈레반에게 중재를 요청하게 되면, 카불은 그 대가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심지어 적절한 대가가 주어진다면 발루치 반군 진압까지 도울 의사가 있다.


8. 인도와의 관계: 대체재 아닌 지렛대

그러나 탈레반은 이러한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인도와의 관계 강화로 위험을 분산(hedging)**하고 있다.
그들은 인도가 중국의 대체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모든 지원 출처를 탐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는 인도-파키스탄 간의 숙명적 경쟁 관계를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도 있다.
이 때문에 힌두 민족주의 정부가 지배하는 인도가 탈레반과 접촉하는 모순적 행보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9. 인도의 한계와 지정학적 계산

인도는 오랫동안 아프가니스탄을 중앙아시아로의 연결 통로로 인식해 왔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한 20여 년 동안 카불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 친서방 정권이 붕괴하고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양국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이제 탈레반이 파키스탄과 갈등을 빚자, 인도는 새로운 외교적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는 전략적 한계가 뚜렷하다.
두 국가는 이념적으로 극단적으로 다르며,
파키스탄이 지리적으로 중앙아시아 접근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인도는 아프간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없다.
대안으로 인도는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Chabahar Port) 개발에 참여했으나,
미국-이란 갈등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강화로 프로젝트가 사실상 정체 상태이다.
설사 미-이란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인도가 굳이 아프간을 경유할 이유는 거의 없다.
지리적, 지정학적으로 너무 어렵고 위험한 경로이기 때문이다.


10. 파키스탄의 대응과 향후 전망

결국 탈레반의 인도 접근은 파키스탄을 견제하기 위한 전술적 지렛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파키스탄은 카불의 탈레반 정권을 용납할 수 없다.
현재 파키스탄은 마땅한 선택지가 거의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하는 것이 자국의 이해에 부합할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군사 개입의 빈도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251017_the-taliban-emirate-china-india-and-pakistan-geopoliticalfutures-com.pdf
0.19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