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political Futures (2026년 2월 4일)**
Allison Fedirka의 「Washington’s Red Lines in Latin America」
미·중 간 이해 접근과 라틴아메리카의 중요성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점진적으로 어떤 형태의 이해(understanding)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정황들이 있다. Geopolitical Futures(GPF)는 경제 협력이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며, 동시에 미국은 태평양 지역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분석해 왔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중첩되어 여러 경제 부문과 지리적 지역에서 마찰을 일으켜 온 두 강대국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그 영향은 거의 전 세계에 미치게 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는 라틴아메리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미·중 경쟁은 라틴아메리카 지정학의 핵심 요소였다.
따라서 베이징과 워싱턴이 일정한 타협에 도달한다면, 중국이 미국의 세 가지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 그 세 가지 레드라인은 인프라, 달러,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미국의 기본 입장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내 존재는 주로 경제적 힘에 기반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을 이 지역에서 완전히 축출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중국의 라틴아메리카 내 신규 투자(greenfield investment)와 국유 대출은 크게 감소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상업적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 이는 무역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값싼 공산품을 수입하는 반면, 미국과의 교역은 고부가가치 완제품과 일부 특수 식품에 더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을 활용해 중국과 경쟁하고 시장 공간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축해 놓았다. 다만 워싱턴은 라틴아메리카에서의 미국 안보 이익을 중국이 훼손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려 한다.
서반구에서의 미국 역할 재정의
요약하자면, 미국은 서반구에서 자국의 역할을 재정의하려 하고 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인접 지역에 대한 관심을 크게 줄였다. 이러한 관심은 최근에야 다시 살아났다.
워싱턴은 미국 주도의 강력한 안보 체계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 발전과 지배력을 뒷받침할 견고한 토대를 구축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각에서 그 핵심 축은 인프라, 기술, 그리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 유지이다.
미국은 AI,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표준을 설정하고 혁신을 주도하고자 하며, 자본시장에서의 리더십 또한 유지하길 원한다.

인프라: 항만을 둘러싼 전략적 경쟁
인프라 측면에서 라틴아메리카의 항만은 미국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군사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워싱턴은 이 시설들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거하고자 한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항만에 대한 투자 규모와 범위를 크게 확대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최소 37개 항만에 투자하거나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주요 항만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은 중국이 이러한 존재를 활용해 정보 수집, 무역 교란, 미국 활동 감시를 수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파나마·페루·아르헨티나 사례
미국은 이에 따라 항만 운영에서 중국을 배제하려 시도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파나마 운하 양단에 위치한 콜론(Colón)과 발보아(Balboa) 항이다. 미국은 중국 지분을 민간이 인수하도록 압박했지만, 파나마 대법원은 덴마크 물류기업 머스크(AP Moller-Maersk)가 기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운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파나마만의 사례는 아니다. 2026년 초, 미국 국무부는 페루의 해군 기지이자 항만인 카야오(Callao) 해군기지 현대화에 15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북쪽 68km 지점에서 중국이 찬카이(Chancay) 항을 개항한 직후였다. 또한 미국은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Ushuaia) 항의 해군 시설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기술과 AI: 새로운 영향력의 전장
기술, 특히 AI 문제는 사이버 공간의 미래와 직결되며 미국의 핵심 이해관계로 부상했다. 데이터 센터뿐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래밍 역시 중요하다.
기술은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을 형성하는 수단이다. 인터넷은 정보의 장이자 갈등의 장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AI 주권에 대한 글로벌 논쟁이 촉발되었는데, 이는 AI 접근 필요성과 외국 플랫폼 의존 비용 간의 균형 문제로 요약된다.
자체 AI를 개발하면 외국 의존을 없앨 수 있지만, 막대한 시간·자본·기술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러한 자본과 기술적 우위 덕분에 AI 플랫폼 개발의 선두주자다. 반면 비미국 시스템을 채택하면 비용은 줄일 수 있으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제3국에 대한 의존이 생긴다.
라틴아메리카의 선택과 미·중 경쟁
칠레,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기술 리더들은 지역 차원의 AI 플랫폼 구축 가능성을 논의해 왔다. 특히 언어 모델 분야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 기업들이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보다 빠르게 최첨단 시스템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기존 모델을 수정·적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며, 이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2025년에 국가 차원의 AI 전략과 실행 계획을 발표했으며, 두 전략 모두 외국 사용자를 자국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해 라틴아메리카는 불가피하게 경쟁의 장이 된다. AI 기술이 지닌 안보적 함의를 고려할 때,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협하는 중국의 활동에 대해 매우 경계하며, 필요하다면 공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달러: 기축통화 지위 수호
원자재 수출이 라틴아메리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포함한 여러 주요 국가들은 자국 통화로 무역을 확대해 왔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포함된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IMF와 같은 기관을 적극 활용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을 지원하고 있다. IMF는 미국식 경제 모델과 부합하며, 달러를 주된 통화로 사용한다. 2025년 말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도, 중국이 국내 경제 문제로 대외 대출을 줄이는 가운데 미국이 금융 역할을 강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은 또한 브라질의 Pix와 같은 현지 결제 시스템도 겨냥하고 있다. 다만 이 영역에서 미·중은 정면 충돌 중이라기보다, 달러 약세 자체가 중국의 다극적·유연한 금융 질서 구상에 이득이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론: 거래적 관계와 가드레일
결국 미·중 간의 어떤 타협도 거래적 성격을 띨 것이다. 지정학적 파트너십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따라 변화한다. 미국과 중국이 굳건한 동맹이 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으며, 그 이해에는 반드시 명확한 **가드레일(레드라인)**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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