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프리드먼 | 2026년 2월 16일
115개국이 넘는 국가의 대표들이 주말 동안 연례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에 모였다. 이 회의에서는 대개 실질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보다는, 참석자들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해에는 다양한 이슈가 논의되고, 또 어떤 해에는 단 하나의 근본적 문제가 중심이 된다.
올해의 근본적 이슈는 미국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회의는 위기 회의였다. 세계가 즉각적인 파국에 직면했기 때문이 아니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연설에서 언급되었듯이 지정학적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 변화를 미국의 배신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형성해온 현실이 변할 때 그것을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악의적 행위로 인식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어떤 ‘정상성(norm)’을 전제로 살아가며, 그것이 영속적 지침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적응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고, 그 고통을 종종 불안정하고 사악한 세력의 결과로 해석한다.
뮌헨 회의에서의 핵심 쟁점은 글로벌 지정학 체제의 변화이다. 그 변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워싱턴이 과거의 규범을 배신하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 이유로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를 무모하고 현명하지 못한 인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은 지정학 체제의 본질이 변화했고, 미국 역시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모든 강대국이 겪는 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 변화 과정에서 긴장을 극적으로 고조시킨 측면은 있다. 어쩌면 불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 자체는 불가피하다. 영구적 진리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 이를 부정하고 두려워하며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유럽이 받은 충격
글로벌 변화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지역은 유럽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 이 점을 언급해 왔지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냉전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그 증거는 우크라이나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힘의 한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유럽의 경제적 부흥을 돕는 경제 체제를 구축했고, 동시에 소련의 침공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배치했다. 목적은 유럽이 경제적으로 회복하고, 이후에는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배신’인가, 현실 변화인가
현재 유럽의 위기는 미국이 유럽 방위를 약속했던 약속을 배신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은 1945년의 유럽이 아니다.
- 유럽연합(EU)의 총 GDP는 중국보다 약간 크다.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실패했다.
- 남캅카스와 중앙아시아에서도 영향력을 상실했다.
- 러시아의 지정학적 현실은 과거보다 훨씬 약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방위 보장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유럽 경제는 이미 부흥했으며, 러시아의 위협도 크게 감소했다. 경제적 성장으로 군사력을 발전시켜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다시 말해, 미국의 유럽 내 임무는 이미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지정학적 필요에 의해 서유럽을 부흥시켰다. 이제 그 필요성은 긴급하지 않다.
유럽이 지정학적 관계를 도덕적 의무로 전환하려는 것은, 미국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부담을 대신 지도록 설득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유럽은 하나의 국가인가?
또 다른 문제는 ‘유럽’이라는 개념 자체다. 유럽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정의에 따라 최대 50개에 달하는 주권국가들의 집합이다. 각각의 국가는 고유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유럽은 단일한 유럽 군대를 창설할 수 있는가?
- 그 군대는 유럽 차원의 정치적 통제 아래 놓일 수 있는가?
- 그 재정은 유럽의 공동 부에서 조달될 수 있는가?
또한 문화적 차원도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유럽에서는 미국만큼 군 복무를 명예로운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유럽의 역사적 과제
미국의 배신을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유럽이 스스로의 의무를 직시하는 것은 어렵다. 유럽은 오랜 기간 서로 점령하고 파괴하려 했던 국가들의 충돌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질문은 이것이다.
유럽은 작은 분열된 국가들의 대륙에서 벗어나, 하나의 글로벌 강대국으로 진화할 수 있는가?
지정학적으로 이는 필수적 과제다. 그러나 동시에 도덕적·역사적 질문이기도 하다.
유럽은 과거의 비극적 분열과 상호 적대의 역사로 회귀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을 비난하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론
이것이 바로 지정학의 진화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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