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Friedman 저 | 2026년 5월 11일
1. 러시아의 변화 신호들
지난주 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경제적 관계를 제안했다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러시아 정책의 전환을 시사했으며, 5월 9일 전승절 기념행사의 대폭 축소 역시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전선이 사실상 동결된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는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2. 푸틴의 종전 선언과 슈뢰더 카드
내부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월 9일,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유럽과 새로운 관계를 원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는 유럽이 참여하는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를 원하며, 협상 창구로는 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슈뢰더는 푸틴과 오랜 친분을 가진 인물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러시아 에너지 기업 로스네프트의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슈뢰더의 총리 임기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8년에 시작됐으며, 당시는 러시아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뿐 아니라 유럽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존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지정학적 환경이고, 푸틴이 유럽 측 협상 파트너를 일방적으로 지명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신호는 분명합니다. 푸틴이 러시아와 유럽의 관계가 훨씬 희망적으로 보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3. 푸틴의 논리: NATO 확장과 완충국 구상
푸틴은 줄곧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이 구 소련권 지역으로의 NATO 확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서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결국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NATO 사이의 완충국으로 만들려는 침공으로 귀결됐다는 것입니다.
4. 두 가지 변화, 그리고 푸틴의 절박함
푸틴의 입장에서 두 가지 변화가 감지됩니다. 전쟁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러시아-유럽 관계가 유망하던 시절에 권좌에 있었던 유럽 인사를 통해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입니다. 1944년생인 슈뢰더가 실제 협상 대표로 나설지는 그의 나이와 유럽 내부의 분열을 감안할 때 불투명합니다.
러시아-유럽 관계의 심각한 악화 자체가 핵심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푸틴이 시계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러시아 국내의 반전 여론이 거세고, 경제가 휘청이며, 심지어 FSB(연방보안국)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5.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의 필요성
지정학적 현실은 이렇습니다. 군사적 한계, 경제 위기, 높아지는 반전 여론으로 인해 러시아는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유럽(NATO)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의 등장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러시아가 어느 정도라도 유럽 체제의 일부가 된다면,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러시아는 유럽의 자본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유럽이 러시아와 타협을 모색하고 슈뢰더를 협상 대표로 활용할 논리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푸틴에게는 유럽을 끌어들여 가능한 최선의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6. 미중 정상회담: 새로운 질서의 핵심
이 모든 것의 핵심에는 5월 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양국 관리들 간의 협상은 이란 전쟁이 진행되는 내내 계속됐으며, 새로운 관계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이번 주 말 두 정상의 추인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 전쟁이 이 협상을 방해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베이징은 이란 외무장관을 초청해 비공개 회담을 가졌는데, 이란과 미국 사이의 채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경제적 영향력을 추구하되 군사적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란과 안보조약을 체결하고 있음에도, 전쟁에 본격 개입했다는 징후는 없습니다.
7. 중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는 이유
이는 합리적인 태도입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입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1인당 GDP 순위는 71위에 불과합니다. 이는 자국 경제가 생산량을 소화하지 못하며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시기에 미국 소비자들도 저렴한 중국산 수입품의 혜택을 누립니다. 경제적 상호의존과 지리적 제약을 감안할 때, 미중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거나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3월에서 5월로 연기됐습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대량의 석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전쟁 종식을 원하며, 미국은 지상전을 동반한 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 때문에 종전을 원합니다.
8. 정상회담의 준비와 기대되는 합의 내용
정상회담이 취소될 조짐은 없습니다. 양측이 주요 현안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5월 10일 중국이 부총리를 5월 12~13일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무역 협의에 파견한다고 발표한 것은, 5월 14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해 줍니다. 정상회담은 합의를 추인하는 자리이지, 세부 사항을 처음 협상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합의는 경제 및 군사 분야를 아우를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군사적 충돌 위협을 낮추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며, 대만 문제의 경우 미국이 내부 자치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대만을 공식적으로 중국의 일부로 인정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대만산 반도체는 중국도 미국만큼이나 필요로 합니다.
9.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태동
이 모든 것이 실현된다면, 냉전과 유럽 식민 체제의 붕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질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글로벌 지정학 체제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세부적인 모습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러시아-유럽 및 미중 화해가 어떤 형태를 취할지가 중요합니다.
물론 각국 모두 심각한 내부 정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진핑은 군부의 도전에 직면해 고위 군 지휘관들을 해임하거나 투옥했습니다. 미국 내 트럼프의 지지율은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푸틴의 앞날도 불투명하고, 유럽의 미래 정치 체제도 아직 요원합니다.
10. 내부 정치의 한계, 그리고 역사적 전환점
그러나 내부 정치가 국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중대한 사안에서의 내부 정치는 알아서 진화합니다. 개인이 경제 체제를 규정하지 않으며, 정치 지도자가 글로벌 현실을 정의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1945년에 시작된 체제의 종말과, 약 20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새로운 체제 사이의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 그 새로운 체제가, 세부 사항은 아직 미완이지만,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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