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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벨라루스 외교, 다시 옛 전략으로 돌아가다

Geopolitical Futures의 2025년 7월 3일자 기사 **「Belarus’ Foreign Policy Returns to an Old Playbook」


저자: Ekaterina Zolotova


다자 협력 강조

지난주 민스크에서 열린 유라시아 경제 포럼(Eurasian Economic Forum)에서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자국의 외교 정책이 모든 국가와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모델 구축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 부총리도 같은 취지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내 포스트소비에트 국가들과 제3국 간의 교류 확대는 긍정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며칠 전에는 미국 특사 키스 켈로그가 벨라루스를 방문해 루카셴코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회담 후 민스크는 정치범 14명을 석방한다고 발표했으며, 그 대가로 미국은 벨라루스 은행과 칼륨 수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는 이 교류에 직접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켈로그 특사가 X(구 트위터)에 루카셴코를 벨라루스의 ‘지도자’라 칭한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2020년 이후 루카셴코를 벨라루스의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루카셴코는 이번 주 캐나다데이를 맞아 캐나다 국민들에게 양국이 곧 다시 관계를 정상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전면적 협력을 재개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러한 최근 움직임들은 벨라루스가 다시 동서 균형 외교로 회귀할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전략이 모스크바를 불편하게 했지만, 이번에는 크렘린이 이 화해 움직임을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


쉽지 않은 과제

2020년 논란의 대선과 대규모 시위 이전까지 벨라루스는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펼쳐왔다. 독립 이후 러시아의 영향력이 여전한 유라시아 내에서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 수출입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게 했으면서도, 인접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모두 EU 가입국), 우크라이나 및 서유럽과의 무역도 확대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벨라루스는 동서 시장을 잇는 물류 허브로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과 야말-유럽(Yamal-Europe) 가스관이 이를 뒷받침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이후 중국까지 벨라루스를 유럽 수출입의 핵심 중간기지로 활용했다. 2014~2021년 사이 벨라루스를 경유한 유럽-중국 간 컨테이너 운송량은 14배 증가했다. 미국의 벨라루스 투자도 늘어, 미 기업들이 벨라루스 시장에 진출했지만 경제 규모가 제한적인 탓에 상업적 성공보다는 전략적 진출 성격이 강했다. 2018년 기준으로 벨라루스 내 미국 자본 기업은 181곳, 투자액은 총 7천만 달러였다.

그러나 이 관계들을 관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통령 본인의 권력 유지 의지가 때로는 경제보다 외교 의제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미·벨라루스 관계는 한때 가까워졌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악화됐다. 2010년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재선되자 야권 탄압 책임으로 미국과 EU는 벨라루스 고위 인사들을 제재했다. 워싱턴과 브뤼셀은 루카셴코 정부가 인권을 유린하고 선거를 조작했다고 비난했으며, 이런 긴장은 결국 벨라루스를 모스크바에 더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벨라루스는 유럽과의 무역을 이어갔고, 이는 상호 이익이 됐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은 벨라루스를 러시아 견제용 완충지대로 인식하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됐다. 그러나 2020년 대선이 다시 상황을 바꿔놓았다. 서방은 선거 조작을 지적하며 야권 주장에 동조했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루카셴코는 권력 유지를 위해 모스크바에 손을 내밀었고, 러시아는 이를 지원했다. 이후 미국과 EU는 추가 제재를 가하며 루카셴코를 합법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더욱 밀착됐다.


닫히지 않은 서쪽 문

그럼에도 벨라루스는 유럽과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지지하면서도 벨라루스군은 직접 참전하지 않았다. 올해 예정된 러시아와의 자파드(Zapad) 연합 군사훈련도 나토 국경에서 더 떨어진 벨라루스 내부로 옮겨 진행된다. 국방장관은 이를 민스크의 대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2024년 벨라루스와 EU 간 교역액은 80억 달러에 달했다. 최근 정부는 ‘비우호국가’ 일부 농산물 수입·판매 금지 조치도 해제했다. 이는 민스크의 균형 유지 노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점도 서방이 벨라루스를 대러 압박 도구로 다시 활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민스크도 관계 복원에 적극적이다. 2014년 동우크라이나 분쟁 휴전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벨라루스는 이번에도 평화 협상 개최지를 자처하고 있다. 최근 미국 특사와의 회담에서 루카셴코는 푸틴 대통령의 종전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제한적 교류는 향후 미·EU의 대러 접근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모스크바의 계산

모스크바는 이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벨라루스-서방 관계 개선이 러시아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제재로 고립된 양국은 지난 3년간 무역 의존도를 더 높였다. 2024년 양국 교역액은 사상 최대인 518억 달러를 기록했고, 벨라루스 무역의 최대 70%가 러시아와 이루어지며 결제는 자국 통화로만 진행된다.

서방이 벨라루스 경제를 다시 받아들인다면, 러시아에도 우회 수출로서 기회가 된다. 특히 양국이 관세동맹으로 묶여 있어 미국의 대벨라루스 제재 완화는 러시아 상품의 서방 재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으로 벨라루스는 여전히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다. 루카셴코는 권력 유지에 크렘린의 지지가 필수적이고, 서방은 계속 야권 편을 든다.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계에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벨라루스의 주요 무역 상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와 무르만스크 지역에 벨라루스 전용 터미널 건설도 검토 중이다. 다만 온라인 루머에 따르면 미국이 벨라루스가 리투아니아·라트비아 항구 접근을 회복하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 모스크바는 이를 러시아 에너지의 대유럽 우회 수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모스크바와 마찬가지로 민스크도 나토 확대와 남쪽 국경의 분쟁 상황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벨라루스는 위협 관리와 안보 보장을 위해 확실한 동맹이 필요하다. 벨라루스 당국은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거의 매주 국경을 넘어온다고 밝히고 있으며, 국경 경비 강화를 위해 올해 6개의 새로운 부대, 군사 도시, 국경초소를 세울 계획이다. 무인기 및 대응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2025년 말까지 러시아의 오레쉬니크(Oreshnik) 미사일 시스템도 배치될 예정이다.


결론: 벨라루스의 균형자 전략

서방에 있어 벨라루스는 완강한 모스크바를 흔들 수 있는 도구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몇 안 남은 안보 파트너이자 서방과의 완충지대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까지 벨라루스는 이에 충실했지만 앞으로는 다시 균형 잡기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다. 벨라루스의 가장 큰 힘은 언제나 전 세계 강대국 간 대립에서 양쪽과 관계를 유지해 온 균형자 역할에 있었기 때문이다.

 

20250702_belarus-foreign-policy-returns-to-an-old-playbook-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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