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있지만, 터키·이스라엘 동맹은 부담
카므란 보크하리(Kamran Bokhari)
아제르바이잔이 남쪽 지역에 점점 더 깊게 관여하는 모습은 중동과 남캅카스(Caucasus)가 본질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러시아와 이란이 약화된 지금, 바쿠(Baku, 아제르바이잔 수도)는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중견국(middle power)으로 부상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카스피해와 흑해, 러시아와 이란을 잇는 육상 교량에 위치한 덕분에 아제르바이잔은 이 전략적 환경을 형성하는 핵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동시에 지역 내 두 동맹국인 터키와 이스라엘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율해야 합니다.
시리아와의 에너지 협력, 그리고 이스라엘의 공습
시리아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는 7월 12~13일 국빈 자격으로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 회담으로,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대통령과 논의했습니다. 이번 방문의 핵심 성과는 아제르바이잔이 터키를 통해 시리아에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에너지 협약이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시리아에 숨통을 틔워줄 예정입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스라엘은 다마스쿠스와 남서부 스웨이다(Sweida) 주의 시리아군을 공습했습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알-샤라 정부를 지지하는 세력이 이스라엘과 연계된 드루즈(Druze) 소수민족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캅카스와 광의의 중동의 역사적 연계
현대 아제르바이잔은 국경 인근에서 이런 상황을 다루는 데 비교적 신참입니다.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이 페르시아 제국으로부터 아제르바이잔을 빼앗은 뒤, 이 지역은 중동과 단절되었습니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 독립국이 되었음에도 한동안 고립이 이어졌습니다. 1991년 말, 터키와 이스라엘은 새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을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들이었습니다. 반면 테헤란(이란)은 자국의 이슬람주의 이념을 북쪽 세속적 시아파 다수 국가로 확산하려 했고, 이를 통해 새 정부를 약화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바쿠는 이란 내 소수민족인 아제리계(Azeri)를 결집시켜 이를 저지했습니다. 이들은 시아파이지만 튀르크계 정체성을 유지합니다. 동시에 아제르바이잔은 여전히 러시아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이란이 아제르바이잔의 라이벌인 아르메니아와의 동맹을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이유로 거의 30년 동안 아제르바이잔은 중동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고, 그 대신 터키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이스라엘·터키와의 전략적 연대
아제르바이잔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주로 군사·정보 협력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특히 양국의 공동 적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아제르바이잔은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원유의 최대 40%를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송유관을 통해 공급해 왔습니다. 이 파이프라인은 그루지야(조지아)와 터키를 관통합니다. 2003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이 터키 권력을 잡은 이후 터키-아제르바이잔 관계는 공유된 민족, 언어, 종교, 지정학적 목표를 기반으로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정점은 2020년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전쟁이었습니다. 바쿠는 앙카라의 강력한 군사·정보 지원 덕분에 아르메니아를 결정적으로 꺾고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지역을 되찾았습니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이후의 세력 균형
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결과는 지역 내 세력 균형을 아제르바이잔 쪽으로 기울게 했습니다. 동시에 모스크바가 남캅카스에서 예전만큼 영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바쿠에 일깨워주었고, 이란은 방어 태세로 몰렸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이란의 동맹국인데 약화됐고, 터키는 이제 러시아와 경쟁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입지가 더욱 약화됐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제르바이잔은 최근 1년간 러시아에 대해 더욱 공세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바쿠발 체첸행 아제르바이잔 항공편 격추 사건에 대한 강경 대응이 있습니다. 7월 10일 알리예프 대통령과 파쉬냔(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 간 회담에서 평화 협정이 진전되면서, 바쿠는 남캅카스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덕분에 중동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란의 권력 교체와 아제르바이잔의 계산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인한 테헤란과 중동 전반의 혼란은 바쿠의 입지를 더 강화시켰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아제르바이잔과 이스라엘은 이란이라는 공동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정보 협력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란은 지난달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을 도왔다는 공식적 비난은 하지 않았지만, 시리아 대통령의 바쿠 방문 이후 이란 언론에서는 아제르바이잔과 이스라엘의 밀접한 관계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란 내부의 대규모 권력 교체가 진행되면서, 아제르바이잔은 중동 내 역할 확대를 신중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권력 교체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는 아제르바이잔에 큰 변수입니다.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남부 아르메니아를 통과하는 잔게주르(Zangezur) 회랑 개발을 추진 중인데, 이는 중앙아시아를 유럽과 연결하는 범카스피 국제운송회랑(Trans-Caspian International Transport Corridor)의 핵심 연결 고리입니다. 이란은 이 새로운 터키-아제르바이잔 축에 대해 안보적 우려를 가지고 있어 잔게주르 프로젝트를 강하게 반대합니다. 또한 어떤 성격의 정권이 이란에서 새로 등장하느냐는 아제르바이잔에 매우 중요합니다. 설령 민족주의 세력이 오랜 이슬람주의 세력을 제치고 승리하더라도, 새 정권은 바쿠를 여전히 의심할 것입니다. 이란 정치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은 남쪽 이웃의 내부 권력 다툼으로 인한 혼란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걸프 국가·시리아 문제에 더 깊이 관여
이런 와중에도 바쿠는 이미 더 넓은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에너지 부국 걸프 아랍국과의 관계를 개선했고, 터키와 이스라엘 간의 시리아 관련 협상을 중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만 해도 세 차례 회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시리아 문제는 아제르바이잔의 숙제
그러나 시리아는 아제르바이잔에게 어려운 숙제입니다. 바쿠는 가장 가까운 중동 동맹국 두 나라가 레반트 지역의 향방을 놓고 벌이는 장기 대립 한가운데에 끼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의 시리아 정부군 공격은 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마스쿠스 정부는 터키와 아랍 국가들이 지지하며, 이들은 새로운 시리아 정권이 권력을 공고히 하길 원하지, 이스라엘 공습으로 붕괴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알-샤라 세력이 이슬람주의 계열로, 자국에 더 적대적인 급진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시리아 정부와 이스라엘 연계 드루즈 세력 간의 충돌은 터키, 나아가 아제르바이잔에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바쿠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중동에 점점 더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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