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많은 나라들처럼
작성자: Victoria Herczegh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인도네시아는 가장 먼저 상호 합의에 도달한 국가 중 하나였다. 합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8월 7일부터 원래 예정된 32% 대신 19%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그 대가로 인도네시아는 보잉 777 시리즈를 중심으로 항공기 50대를 구매하고, 미국산 에너지 자원 150억 달러어치와 농산물 45억 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 합의를 공개적으로 높이 평가했지만, 보도에 따르면 자카르타는 여전히 특정 품목에 대해 더 낮은 관세를 받기 위해 워싱턴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체결된 합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미국과의 우호적인 정치 관계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내 입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동시에 수출 시장 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최소화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카르타는 자국에 유리한 무역 조건을 확보하되, 특정 강대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방안을 원한다.
물론 인도네시아가 당장 경제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인도네시아는 세계 17위,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으로 성장했다. 가계 소비 증가에 힘입어, 2025년 1분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규모에서 ASEAN 내 1위를 지켰으며, 약 137억 달러를 유치해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2025년 2분기 경제 성장률은 5.12%로, 1분기 4.87%에서 상승했으며,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빠른 성장 속도였다.
이 같은 경제 성과는 지리적 요인에도 힘입은 바 크다. 인도네시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상로인 말라카 해협을 포함해 연간 전 세계 무역의 40%가 통과하는 주요 항로를 통제할 수 있다. 또한 ASEAN 내 지도적 외교 역량과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활동은 인도네시아를 영향력 있는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점도 인도네시아를 미·중 양국 모두에 중요한 공급망 파트너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압력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 2024년 10월 취임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식량·에너지 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경제 정책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저소득 가구 1,830만 세대에 쌀 보조금 지급, 7,930만 가구에 전기 요금 할인, 월 606달러 이하 소득 근로자 소득세 면제, 전국 학교 무료 급식에 75억 달러(2025년 예산의 4%) 배정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 경제를 개선할 수 있지만, 성장 둔화 시 예산 부담과 투자자 신뢰 약화를 초래해 특히 농촌·저소득 지역에서 그 영향이 클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미·중 경쟁 한가운데에 있다. 무역 면에서 양국 모두 자카르타에 필수적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으며,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1,370억 달러를 넘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전체 교역의 약 27%를 차지했고, 주요 수출 품목은 니켈·석탄·팜유·천연가스였으며, 수입 품목은 기계·전자제품·산업재 등 인프라와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이 많았다. 2024년 미국과의 교역액은 약 385억 달러로, 미국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전자·섬유·신발·가구 등 노동집약적 수출품의 중요한 시장이다. 이번 미·인도네시아 무역 합의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농산물·헬스케어 제품·수산물·ICT 제품·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수입하며,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제품 무관세 공급은 인도네시아의 식량·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기업들에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전례 없는 접근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미국에 지나치게 밀착하면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중국과의 관계는 단순한 무역을 넘어선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ASEAN 다른 국가들에선 약속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속철(자카르타-반둥)과 모로왈리 산업단지 등 대규모 인프라·산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니켈 산업이 중국 기업에 과도하게 종속된 부작용도 발생했다. 현재 중국 Tsingshan Holding Group과 Jiangsu Delong Nickel Industry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능력의 70% 이상, 광산 채굴권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광물 산업 ‘국내화’를 추진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중국 영향력을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 하고 있다. 특히 노동집약 산업(섬유·신발·전자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 인하를 추진하며, 중국이 미국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물량을 밀어 넣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려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분야는 전기차·반도체·청정에너지 인프라에 필수적인 구리다. 인도네시아는 약 2,100만 톤의 구리 매장량(세계 7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미국과 동일한 110만 톤을 생산했다. 구리에 대한 세계 수요가 향후 10년간 두 배로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단일 라인 구리 제련소를 설립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구리에 대해 0%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공급망을 중국에서 다변화하려는 전략과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미국이 인도네시아 광물 부문, 특히 구리 자원에 ‘완전 접근권(full access)’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완전 접근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미국은 Freeport-McMoRan이 48.8% 지분을 보유한 Freeport Indonesia를 통해 인도네시아 구리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구리 부문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배를 원치 않으며, 니켈 부문에서 중국이 장악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따라서 자카르타와 워싱턴 간 무역 협상은 관세 인하뿐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자국 광물 산업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최선의 이익은 전략적 자율성과 기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미·중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기울지 않는 것이다. 군사적 요소도 포함되지만, 자카르타는 지금까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면서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는 자국 권리를 지켜내며 두 강대국 모두를 공개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해 왔다. 또한 ASEAN 내 영향력과 일본·인도 등 다른 강대국과의 관계는 인도네시아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이나 미국을 버릴 수 없지만,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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