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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미국의 전략 변화: "아메리카 퍼스트"는 곧 "아메리카 대륙 퍼스트"

서반구 안보는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다
앤드류 데이비드슨


서반구 안보의 불확실성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전략은 서반구(Western Hemisphere)가 안정적이라는 가정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멕시코의 카르텔 폭력과 남미로의 파급, 아이티의 국가 붕괴, 카르텔 주도 불안정의 허브이자 러시아·이란의 영향력 기반이 된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뒷마당’을 잠재적 취약 지대로 만들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항만 등 잠재적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인프라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군사적 조치들 ― 북극 진입로에서의 항모 2척 순찰, 카리브해에 4천 명 규모 해병·해군 배치, 아이티 안정화를 미주기구(OAS)를 통해 추진 ― 은 다시금 “반구 방위(hemispheric defense)”라는 전략적 논리를 소환하고 있다.


서반구가 전쟁터가 된다면

만약 서반구가 적극적 분쟁 무대가 된다면, 이는 미국의 모든 글로벌 약속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 미국 본토에 더 가까운 활동으로 주의가 이동하더라도, 이는 해외 공약의 철수가 아니라 구조적 재조정 신호로 보아야 한다. 즉, 동맹이나 파트너에 덜 의존하고, 미국 스스로의 힘을 통해 주변을 안정시켜 글로벌 역할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는 전략적 의도다.


역사적 맥락: 반구 방위 논리

반구 방위 논리는 오래 전부터 미국 전략의 핵심이었다. 1823년 먼로주의(Monroe Doctrine) 이래, 미국은 경쟁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판을 두는 것을 차단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카리브해에서의 독일 잠수함 활동과 남미 내 나치 영향은 반구 안보의 필요성을 강화시켰다. 냉전 시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중미 개입 사례는 ‘가까운 불안정이 곧 미국 안보와 해외 투사 능력을 위협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냉전 종식 후에는 더 이상 미국과 대등하게 맞설 세력이 없었기에 긴급성이 약화되었다.


미국의 관심 이동: 9·11 이후부터 인도·태평양까지

2001년 9·11 이후 미국의 초점은 중동으로 옮겨졌고, 2000년대 내내 정치적 자본과 군사 자원이 소진되었다. 2010년대에는 러시아와의 대립으로 NATO에 자원이 투입되었으며, 2020년대 들어서는 미·중 경쟁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이 되면서 서반구는 군사 계획에서 점차 주변부로 밀려났다.


변화의 신호

그러나 여러 이유로 상황이 변하고 있다.

  • 유럽: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국면. NATO 확대, 국방비 증가, 러시아 견제를 위한 동맹국 부담 확대.
  • 중동: 여전히 미군 3~4만 주둔 중이지만, 미국은 직접 개입보다 역내 파트너 지원 모델로 전환.
  • 인도·태평양: 미군은 중대 전력을 계속 배치하되, 일본·호주·필리핀에 분산 배치, 유럽 해군도 항모 순환 파견.

이러한 조정은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여지를 제공한다.


북미와 남미의 상반된 안정성

캐나다는 안정적 파트너이자 북극 방위의 핵심 축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카르텔 폭력과 이민 압력으로 인해 미국 국내 정치와 직결되는 취약지대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콜롬비아는 과도한 부담을 지고 있으며, 에콰도르는 폭력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고, 아이티는 사실상 붕괴했다. 베네수엘라는 카르텔 피난처일 뿐 아니라 미국 주도의 틀을 거부하며 외부 경쟁국과 연대하는 지역적 이단아다.


미국의 전략적 4대 과제

미국은 스스로 안정화를 책임져야 한다고 믿으며, 이는 글로벌 전략의 근간이 된다. 핵심 과제는 네 가지다.

  1. 러시아·이란·중국 같은 외부 경쟁국 차단
  2. 파나마 운하, 카리브해, 북극항로의 해상로 확보
  3. 초국가적 범죄조직과 이민 흐름 억제
  4. 해외 공약을 지탱할 전략적 완충지대 유지

전략의 제약 요인

그러나 미국 전략에는 한계도 뚜렷하다.

  • 피로감: 중동에서의 수십 년 전쟁으로 인해 대규모 개입에 대한 미국 내 지지 부족
  • 역내 역량 부족: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들조차 정치적 분열 또는 군사적 과부하
  • 중국의 경제력: 부채 경감·인프라 투자·시장 접근 제공으로 역내 국가들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영향
  • 자원 분산: 유럽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인도·태평양 경쟁이 가장 많은 자원을 소모

이미 나타나는 변화의 징후

  • 최근 카리브해 배치(베네수엘라 초점): 이지스 구축함 3척과 USS 이오지마 강습상륙함, 4천 명 해병·해군 포함 → 단순 순찰이 아닌 원정 규모.
  • 미국 ISR 비행기: 멕시코 영공 깊숙이 진입, 카르텔 폭력을 단순 양자 문제가 아닌 대륙 안보 문제로 간주.
  • 북극 양측 진입로 항모 배치: 반구의 “관문”이 적극적으로 방어되고 있음을 시사.
  • 알래스카 제11공수사단 재창설(2022): 고위도 작전을 위한 지상 전력 확보.
  • 그린란드 지휘권 전환(2025): 유럽사령부에서 북부사령부로, 대륙 방위 재정의.
  • 피투피크 우주기지 개보수: 레이더, 활주로, 우주 감시 시설 업그레이드.
  • 미 육군 개혁안(2025): 미 육군 북부·남부를 통합한 서반구사령부 신설 추진.

지역 협력과 양자 기회

미국은 여전히 주로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미주기구(OAS)와 같이 지배력이 큰 틀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양자 협력 기회도 열리고 있다.

  • 에콰도르: 방위협력협정(Defense Cooperation Agreement) 요청
  • 파나마: 운하 안보 협력 및 PANAMAX 합동훈련 확대
  • 가이아나·수리남: 미 해군 방문으로 남부 카리브해와의 신흥 연계 강화

파트너들은 영구 주둔기지보다는 **접근권 협정(access agreements)**을 선호할 것이다.


“트럼프-루비오 독트린”과 새로운 전략

이러한 흐름은 분석가들이 “트럼프-루비오 독트린”이라 부르는 것과 일치한다. 이는 먼로주의에 뿌리를 둔 **반구 우위(hemispheric primacy)**의 부활이다. 미국은 단순히 패권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경쟁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판을 마련해 미국 안보와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둔다.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중국이 금융·인프라 투자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에 확장하는 동안, 미국은 접근권 협정과 해군 순찰로 이를 견제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 군사 태세의 핵심은 가벼운 발자국(light footprint), 즉 동맹국이 전방 존재를 맡고 미국은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미국에게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며, 가장 오래된 국가적 원칙을 반영한다:

“아메리카스 퍼스트(아메리카 대륙 우선)” ― 그렇지 않다면 해외에서의 그 어떤 것도 지속될 수 없다.

 

20250827_for-washington-america-first-means-americas-first-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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