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완화 없이는 평화 이후에도 위험에 직면
By: Ekaterina Zolotova
2025년 8월 26일
전투와 협상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며칠 전, 러시아군은 1년 넘게 없었던 하루 최대 영토 획득을 달성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는 전쟁 개시 이후 최대 규모의 미사일 및 드론 공습을 감행했으며, 8월 22일 도네츠크 분지(돈바스)에서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자폭 드론, 최소 50발 이상의 항공폭탄을 동원한 대규모 합동 공격을 실시했다.
활동이 가속화된 것은 러시아가 협상에서 가능한 한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8월 24일 “러시아가 상당한 양보를 했고 일부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유연할 의지가 있다”고 발언해 이 해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조차 크렘린은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갈등의 근본 원인 해결과 유럽 및 세계 안보 재조정을 요구하는 모호한 ‘지속 가능한 평화’만 반복했다.
전쟁이 남긴 경제적 고민
전쟁의 희생과 더 강력한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주저와 회피는 종전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영토와 안보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다. 제재 완화 약속은 방정식의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전시 체제에서 평시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난제다.

전시 경제의 ‘특혜’
전쟁 초기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견디기 힘들었다. 무역 제한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흔들었고, 외국 기업은 철수했으며, 물자 공급은 마비됐다. 2022년 9월 부분 동원령 발표 후 수십만 명의 젊고 숙련된 노동자가 해외로 탈출했다. 남성 인력·자본·기술·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자급자족 군수경제 체제를 구축하려 했으나, 이는 곧 탄약 부족과 군수품 수요 초과로 이어졌고, 2023년 6월 바그너 그룹의 예브게니 프리고진 반란 사태로까지 비화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기업과 자원이 군수 생산에 투입되었다. 그 결과 러시아 경제는 다시 성장세를 탔다. 2023년 산업생산이 4.6% 증가하면서 GDP는 4.1% 성장했고, 2024년에도 같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국 경쟁자의 부재는 은행과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일부 과열 조짐이 있었으나 2025년에도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국가의 역할은 급격히 커졌다. 국영기업을 포함한 국가 부문은 GDP의 30~70%를 차지한다는 추정치가 있다. 국방 생산 주문이 급증해 2024년 산업 생산은 14% 증가했고, 탱크 생산량은 2020~21년 연 100대 수준에서 현재 300대로 세 배 뛰었다. 일부 군수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고 있으며, 푸틴에 따르면 2024년 국방 산업에서만 5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계약 군인들의 높은 보수도 내수 수요를 끌어올렸다. 부분 동원령의 반발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계약병 모집에 집중했으며, 지난 1년 동안 20만 명 이상이 입대했다. 계약병은 평균 220만 루블(미화 약 2만7천 달러, 모스크바에서는 두 배 수준)의 가입 보너스와 월급을 받는다. 이는 대부분 지역의 평균 임금을 크게 웃돌며, 휴가 중 소비를 늘려 민간 소비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평화’의 양날의 검
러시아 경제는 군수 분야가 국가 지출과 수요로 급성장하는 한편, 민간 부문은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된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2025년 국방비는 예산의 32.5%를 차지할 전망인데, 이는 지속 불가능한 비율이다. 7월 말까지 연방 예산 적자는 이미 4.9조 루블(GDP의 2.2%)로, 연간 목표치(3.8조 루블)를 초과했다. 정부는 점점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다가올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재와 적자 상황 속에서도, 종전 이후에도 러시아는 무기 수출과 나토 재무장에 대응하기 위해 군수 투자를 유지하겠지만, 지출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군수 주문 감소는 대규모 해고를 낳고, 방산 중심 지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다. 동시에 전역 병사 수십만 명과 군수 노동자를 흡수할 민간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
제재 완화와 외자 필요
전쟁 경제에서 평화 경제로 전환하려면 외국의 투자·기술·무역이 절실하다. 따라서 러시아는 협상에서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특히 예산을 메우기 위해 원유 산업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 외국 기업 복귀도 중요하다. 러시아 자체 기업은 제약·자동차·전자 분야에서 제재 속에 생산 능력을 충분히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 경쟁자의 복귀는 초기에는 러시아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임금 문제도 골칫거리다. 군수·군인 부문에 집중된 높은 급여는 노동시장을 왜곡시켰다. 크렘린은 전쟁이 끝나기 전에 민간 임금을 끌어올려야 수요와 노동시장을 지탱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 둔화로 고용 수요가 줄면 임금 인상은 더욱 어렵다. 게다가 군수 노동자와 계약병은 낮은 급여의 민간 일자리를 기피할 수 있으며, 일부는 비공식 경제로 향할 수 있다. 생산성 개선 없는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실질 임금 상승 효과를 갉아먹을 위험도 있다.
출구 전략 없는 협상
결국 크렘린은 명확한 출구 전략이 없는 상태다. 군인 재통합이나 군수 산업 전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고, 중앙은행과 정부 간 불협화음도 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협상에서 러시아는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만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 투자 보장, 외국 기업 복귀, 첨단 기술 접근권까지 보장받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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