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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헤즈볼라의 미래

무장 해제보다는 순교를 택하려는 무장단체
By: 힐랄 카샨 (Hilal Khashan)
2025년 9월 3일


미국 제안과 레바논 내각의 결정

지난달 레바논 내각은 미국의 제안을 승인했는데, 이는 레바논 정부가 모든 영토에 대한 국가 주권을 행사하고, 이스라엘과의 국경을 확정하며,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작년에 점령한 레바논 남부에서 단계적 철수를 시작하게 된다. 레바논 정부는 2025년 말까지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나, 헤즈볼라는 예상대로 이를 거부했다. 나와프 살람 총리가 미국 제안을 지지하자, 헤즈볼라 사무총장 나임 카셈은 내각에 미국의 명령을 따르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는 헤즈볼라가 군사 인프라와 무기를 유지하려면 레바논군과 맞설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전면 충돌을 꺼리는 양측

그러나 헤즈볼라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공세와 지휘관·군사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으로 약화된 상태라 레바논군과 직접 충돌할 의지가 없다. 레바논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계속 무장을 거부하면, 이스라엘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 이스라엘은 현재의 소모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규모 공세를 계획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미 분열된 레바논에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무장 해제 압력

미국 특사 톰 배락은 이 제안을 “이스라엘과의 지속적 휴전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1989년 레바논 내전을 종결한 **타이프 협정(Taif Agreement)**과, 무장단체 해체와 국가의 무기 독점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 1559·1701호에 기반한다. 최근 베이루트를 방문한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를 무장 해제하고 정당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헤즈볼라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무력을 통한 해체밖에 없다고 경고했으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레바논의 무기 제거를 도울 의사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난처한 입지

헤즈볼라는 여전히 무장을 거부하면서도, 군과의 충돌이나 ‘불법 단체’ 선언은 피하고 싶어한다. 레바논군 지도부 역시 1976년과 1984년처럼 군이 종파별로 분열되는 사태를 원치 않기에 군사 충돌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지난 2월 국가의 무기 독점을 명시한 각료 성명을 수용하고 이에 근거해 정부 신임투표를 지지했던 입장을 뒤집었다. 이란 외무장관이 베이루트를 방문해 “헤즈볼라 무장 해제는 실패할 것이며, 테헤란은 저항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헤즈볼라는 더 강경해졌다.


군의 역할과 정치적 파급력

레바논 정부가 군에 헤즈볼라 무기 제거 계획(정밀미사일, 드론, 지대공 미사일, 박격포, 수류탄 및 폭발물 포함)을 맡긴 것은 전례 없는 조치다. 이는 헤즈볼라 문제를 ‘레바논-이스라엘 문제’에서 ‘레바논 내부 문제’로 전환시켰다. 헤즈볼라는 내각과 의회에서 철수해 정치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이스라엘과의 전쟁 재개를 앞당길 뿐이다.


순교의 논리

나임 카셈은 이미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 재개를 위협했지만,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현재 이스라엘은 매일 자유롭게 헤즈볼라를 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정부와 대화를 제안하며 시간을 벌고, 지역 정세 변화(또는 신의 개입)가 국제 사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를 바란다.

교리적으로 헤즈볼라는 무장 해제보다는 저항과 자기 파괴를 택한다. 헤즈볼라 의회 대표단장 무함마드 라드는 앞으로의 싸움을 시아파가 불의에 맞서 싸운 **카르발라 전투(680년)**에 비유했다. 당시 후세인 이맘과 72명의 추종자는 전사했으며, 이는 시아파가 ‘순교’를 신앙적 정체성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다. 헤즈볼라는 자신을 시아파 신앙의 수호자로 보고, 전사(지하드)를 천국으로 가는 관문으로 찬미하며, 전투를 ‘순교의 기회’로 강조한다.


레바논에 미칠 결과

헤즈볼라가 자발적으로 무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레바논은 국제적 지원을 상실하고 지역에서 고립될 것이다. 미국은 이란 핵시설 공격과 헤즈볼라 지도부 제거 이후 레바논의 권력 구도를 재편할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전면전 개입은 원치 않지만, 이스라엘은 특수부대 작전과 공습으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헤즈볼라 대중 기반을 약화시키고, 일부 대원들이 무기를 내려놓도록 만들 것이다. 최근 배락은 무장 해제 대원에게 금전적 보상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헤즈볼라 자산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한 뒤 군이 공백을 메우려는 계획을 시사한다.


향후 시나리오와 시리아 변수

새로운 전투가 발발할 경우,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 전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들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사실상 헤즈볼라의 남부 존재를 종식시키게 된다. 한편, 미국과 걸프 국가(사우디·UAE)의 중재로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안보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 합의안의 한 예로, 시리아가 골란고원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와 아카르 지역을 병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트리폴리는 시리아 알라위파 정권이 해안 지대 장악에 실패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리아 언론 유출에 따르면, 대통령 아흐마드 알-샤라아는 북부 레바논 일부를 골란고원과 맞교환하고, 내전 중 레바논으로 피신한 약 20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그곳에 재정착시키려 한다. 이는 레바논 인구 구도를 크게 바꿀 것이다. 시리아는 헤즈볼라와 충돌할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헤즈볼라가 군사적 세력으로 제거되면 동부와 북부 레바논을 흡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배락은 “레바논이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시 대시리아주의(Greater Syria)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세기 전 프랑스가 ‘대레바논(Greater Lebanon)’을 창설했으나, 그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마론파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기독교인 전용 미니 국가’인 산악 레바논을 선호할지도 모른다.

 

20250903_the-future-of-hezbollah-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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