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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제목: 몰도바의 ‘평화로운 불안정’

작성자: Antonia Colibasanu
발행일: 2025년 9월 29일


1. 선거 결과와 지정학적 의미

지난 주말 몰도바에서 치러진 의회 선거는 작은 나라의 내부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가 주변국들에 얼마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로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가운데,
**親유럽 성향의 여당 ‘행동과 연대당(PAS)’**은 약 50%의 득표율로
의석 101석 중 약 5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단독 과반을 확보했다.

반면 **親러시아 성향의 ‘애국 선거 연합(Patriotic Electoral Bloc)’**은 24~26%의 지지를 얻었고,
‘대안(Alternative)’ 블록은 약 8%에 그쳤다.
투표율은 52%를 조금 넘었다.

패배한 정당들은 이미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예고했는데,
이는 승리한 정부의 개혁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외세의 개입에 취약한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2. 유럽 변방의 양극화

이번 선거는 유럽 변방에서 벌어지는 심화된 이념적 분열과 정보전의 현실을 드러냈다.
선거 후의 전개는 러시아가 ‘관리된 혼란(managed disorder)’을 얼마나 원하느냐
몰도바 정치의 복잡한 구도에 달려 있다.


3. 역사적 맥락과 러시아의 영향력

러시아의 몰도바 관심은 제국주의 시대의 지정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1812년 베사라비아(Bessarabia) 병합 이후 몰도바는
흑해 초원과 발칸을 잇는 관문 역할을 했다.

소련 시기에는 NATO 남동부 전선의 전진기지였으며,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 분리주의 세력 지원,
에너지 의존 강화,
親러 정당과 언론·정교회 네트워크 조성 등을 통해 간접 영향력을 행사했다.

몰도바가 EU와의 자유무역 협정 및 무비자 제도를 추진하자,
러시아는 식품·와인 수입 제한, 허위정보전, 사이버 공격,
시위 지원 등으로 대응했다.


4.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새로운 긴장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몰도바의 안보·경제 환경을 급격히 바꾸었다.
오데사 남쪽 **레니(Reni)**와 이즈마일(Izmail) 항구는
현재 루마니아 술리나 운하(Sulina Canal)
콘스탄차( Constanta) 항만을 통한
우크라이나 수출의 대체 경로로 부상했다.

따라서 몰도바 유권자들은 단순히 국내정책이 아니라
**외교적 방향(EU vs 러시아)**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


5. 선거 과정의 논란

이번 선거는 親EU 마이아 산두(Maia Sandu) 대통령이 이끄는 PAS와
親러시아 이고르 도돈(Igor Dodon)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애국연합 간의 대결이었다.

정부는 러시아의 선거 개입과 불법자금을 근거로
여러 후보를 등록 취소했으며,
투표 전날까지 일부 친러 정당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반대파는 이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했다.
OSCE(유럽안보협력기구) 산하 기관은
선거 규정의 자의적 적용 가능성과 소송 급증을 우려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양극단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몰도바의 민주주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결과였다.


6. 사회·경제적 분열 요인

몰도바의 정치는 정체성·언론·종교를 따라 이중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중도층은 줄고 진영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1) 경제적 압박

러시아 가스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생활비 상승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해외 노동자 송금의 70~80%가 유로화로 전환된 것은
親EU 성향 강화를 반영한다.

그러나 유럽 내 경기 둔화와 고물가로
유럽 내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가 발생하면서,
일부는 브뤼셀 비판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2) 민족 구성

몰도바는 몰도바/루마니아계 다수와 함께
우크라이나·러시아·가가우즈·불가리아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이들은 언어·언론 소비·송금 경로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갈린다.

  • 불가리아계(타라클리아 지역): 러시아어 매체 의존 → 친러 경향
  • 우크라이나계: 문화적 유사성으로 친러 감정 있으나 전쟁으로 복합적 태도
  • 루마니아어권 도시 유권자: 친EU 경향

7. 가가우지아(Gagauzia)와 정교회 갈등

가가우지아는 튀르크계이지만 정교회 신자인 자치지역으로,
2014년 **親러시아 관세동맹 가입 찬성률이 98%**였다.
2023년 새 총독은 러시아 불법자금 수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양측 불신을 심화시켰다.

몰도바 정교회도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소속 교구
루마니아 총대주교청 소속 교구로 나뉜다.

모스크바파 교구는 反EU·親전통 가치 담론을 퍼뜨리며
선거에 간접 개입했고,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수백 명의 몰도바 성직자가 러시아 성지 순례 후 정치 선전에 동원되었다.

정교회 네트워크는
신앙과 가정 vs 브뤼셀의 가치”라는 구도를 만들어
농촌·고령층 유권자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8. 선거 결과의 의미

이번 선거 결과는
親EU 진영의 승리서방의 영향력 확대를,
親러 진영의 승리모스크바의 회복력을 상징하는
일종의 심리전 지표로 작용한다.

다만, EU 가입 절차는 여전히 험난하며,
러시아는 직접 지배보다 ‘불안정 유지’ 전략을 선호한다.
즉, 불안정 조성은 지배보다 저렴하다는 계산이다.


9. 향후 전망 – ‘평화로운 불안정’

앞으로 몰도바는 급격한 붕괴보다는 만성적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와 가가우지아
지속적 압박 지점으로 활용해
저비용 불안정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몰도바의 미래는
폭력적 충돌이 아니라
에너지 요금·사법 판결·정당 해산 등 논쟁적 이슈를 둘러싼
시위와 반시위의 반복
,
‘평화로운 불안정(peaceful instability)’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 상태는 당장은 전략적 균형을 바꾸지 않겠지만,
행정 효율을 떨어뜨리고 개혁을 지연시킬 수 있다.

 

20290929_moldovas-peaceful-instability-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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