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테리나 졸로토바 | 2025년 9월 30일 | Geopolitical Futures
1. 전쟁의 일반적 패턴과 러시아의 예외
역사적으로 전쟁 시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장기전은 국가의 예산과 자원을 고갈시키고, 국민의 생활 수준을 저하시키며,
그 결과 불만이 확산되고 반정부 운동이 성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사회 불안이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없으며,
적의 드론 공격은 러시아 영토 내 재산을 파괴하고 민간인 사망자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은 교착 상태를 넘어 양국 관계 악화로 이어졌고,
전쟁 자금 확보를 위해 러시아 정부는 세법을 개정하여
기업과 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반이 지난 지금 러시아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고,
애국주의 정서가 전국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독재 체제의 결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 사회 내부에서는 역사적 패턴을 거스르는 근본적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2. 체제 내부의 구조적 변화
현대 러시아의 권력은 전통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 지배자(권력층)
- 체제 내 야당(정부 구조에 참여하며 협력하는 세력)
- 비체제 야당(권력에 반대하며 결정권에서 배제된 세력)
러시아는 영토와 인구가 방대하기 때문에,
크렘린은 권력 집중을 위해 주요 도시와 지방에 친정부 거점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시위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시위의 명분은 충분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대한 비용과 인명 피해를 초래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인들 다수는 우크라이나를 형제 국가로 인식해 왔기에
침공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징병, 초기의 전선 실패, 국제 압력은
대중 시위를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리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있었으나,
참여자 다수는 체제 밖 세력으로 간주되어 망명하거나 사망했습니다.
불만은 남아 있지만, 그것은 수동적이고 억눌린 형태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집단 학살을 겪거나 노숙 생활로 내몰린 것이 아니라,
느려진 인터넷 속도와 사라진 사치품을 감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단, 쿠르스크 지역은 예외적인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3. 선거와 권력 구조의 재편
러시아는 비체제 야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축소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9월 12~14일 지방선거가 대표적입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는
- 20개 지역의 주지사,
- 11개 지역의 입법의회 구성,
- 25개 지방자치단체의 시의회를 새로 선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당 ‘통합러시아당(United Russia)’은 의석을 확대했습니다.
심지어 과거 야당이 활동했던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권력은 여당과 체제 내 야당 사이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재정난, 세금, 중앙은행 정책 등으로
정권 내부의 일부 갈등이 존재하지만,
친전파와 온건파의 분열은 제한적이며
체제 전체를 흔들 수준은 아닙니다.
현재 국가 주요 기관, 국영기업, 중앙은행, 여당 및 제도권 정당들은
특히 대외정책에서 동일한 노선을 따르고 있습니다.
4. 퇴출된 반체제와 ‘영웅의 시대’
비체제 야당을 제거함으로써,
정부는 이전보다 더 충성도 높은 행정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전쟁 참전자를 요직에 등용함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선거 후 회의에서
각 지역 지도자들에게 “특별군사작전(SMO)” 참전자를 적극 채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그는 ‘영웅의 시대(Time of Heroes)’ 연방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참전용사 대상 전문 교육 및 재취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참전용사들은 고소득 직업과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크렘린은 그들의 충성심과 애국심에 기대고 있습니다.
5. 러시아 문화 정체성의 부상
러시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번째 변화는
국가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의 확대입니다.
정부의 정책적 영향도 있으나,
이는 상당 부분 자발적으로 형성된 현상입니다.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VKontakte에서는
역사적 복식, 전통 여행지, 민속 예술 등
러시아 문화 관련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통 의상·액세서리·음악·영화 등에서도
러시아적 모티프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1990년대 민속 가수 나데즈다 카디셰바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기자가 직접 참석한 한 행사에서는
러시아 민속 강연과 전통 장신구(코코시닉) 판매가 이루어졌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행사는 국가 주관이 아니었으며,
참가자들은 “정부가 전통 문화를 장려한다면서도 예산 지원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6. 문화 자긍심의 이중적 효과
이러한 문화적 흐름은 크렘린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러시아 가치를 서방 가치와 대비시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NATO에 맞선 문명적 투쟁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족 가치’라는 개념은 2차 세계대전 참전 조상에 대한 존경심과 연결되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역사적 연속선상에서 숭고한 싸움으로 포장하는 효과를 냅니다.
그 결과, 국민은 **전쟁 비용(2028년까지 13조 루블, 약 1,570억 달러 예상)**을
정권이 굳이 반복 설명하지 않아도 수용할 준비가 된 집단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자부심이 곧 국가 충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 수준이 하락하면, 전통 공유 욕구가 정부 불복종으로 변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대다수 국민은 협상을 통한 종전을 선호합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다민족 국가이므로,
하나의 문화만 강조하면 오히려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7. 결론: 전쟁 지속의 사회적 기반
요컨대, 러시아 사회에는
정권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문화적 기반이 이미 형성되어 있습니다.
비록 전쟁 수행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체제는 아직 붕괴할 만큼 취약하지 않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이는,
모스크바가 자국과 국민이 수용 가능한 조건을 확보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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