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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시리아, 가자, 그리고 변화하는 중동 질서

Geopolitical Futures / 2025년 11월 13일 /  **「Syria, Gaza and the Shifting Middle Eastern Order」**


작성자: 카므란 보카리 (Kamran Bokhari)

1. 백악관 회담과 미국의 새 구상

이번 주 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시리아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이는 워싱턴이 시리아를 새로운 중동 안보체계의 중심축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였다.
전후 가자지구가 국제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워싱턴이 “시리아 안정이 지역 권력균형 복원의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유지의 주된 부담은 이제 현지 국가들이 져야 한다”고 믿고 있음을 드러냈다.


2. 시리아의 이미지 전환

회담 이후 알-샤라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리아는 더 이상 안보 위협이 아닌 지정학적 동맹국으로 간주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미국의 중재가 이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를 “실용적 지도자”로 평가하며 “시리아를 성공적인 나라로 만들 수 있는 인물”이라 칭했다. 또한 그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도 매우 잘 지낸다”며,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관계 개선에도 자신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3. 레반트: 전략적 요충지

워싱턴의 관점에서 레반트 지역(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은 동지중해와 페르시아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통로이며, 터키·이스라엘·아랍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도박은 “미국 및 동맹국과 느슨하게 연대한 재건된 시리아”가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새로운 중동 안보체계를 떠받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모델은 미국의 개입 축소(retrenchment)를 가능하게 하면서도 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계산이지만, 문제는 이런 ‘동맹국들’ 간의 야심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4. 터키의 역할과 미국의 의존

그중에서도 터키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알-샤라가 이끄는 하얏 타흐리르 알-샴(Hayat Tahrir al-Sham) 반군이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터키의 지원 덕분이었다.
이는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격퇴로 이란의 오랜 ‘레반트 지배’가 붕괴된 데 이어 일어난 파급 효과였다.

따라서 트럼프가 알-샤라와의 회담 중 에르도안을 언급한 것은, 미국의 중동 전략이 이제 터키에 깊이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상 시리아 재건의 주도권을 터키에 위임한 셈이며, 이는 미국이 터키의 지역 전략에 자신을 묶어두는 위험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믿을 만한 지역 파트너가 거의 없다”는 현실 속에서 터키를 필수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5. 사우디아라비아의 한계와 파키스탄과의 제휴

미국은 아랍인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와 협력하길 원하지만, 후보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군사력과 전략적 기동성이 부족하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이슬람 세계의 중심국이지만,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보호에 의존해 온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우디는 최근 **파키스탄과 ‘전략적 상호방위협정(Strategic Mutual Defense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 동맹은 사우디가 파키스탄의 군사 전문성을 빌려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게 해주며, 동시에 터키의 지역 우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미국은 이런 움직임을 ‘부담 분담 모델(burden-sharing model)’이 현지에서 작동하는 증거로 해석한다.
이는 중동 안정의 책임을 현지 국가들이 나누어 짐으로써 미국의 재정적·전략적 부담을 줄이고, 중국 등 다른 글로벌 도전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6. 미국의 난제: 터키와 이스라엘의 조율

그러나 이 모델이 성공하려면, 미국은 핵심 파트너들 간의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관계는 터키와 이스라엘 사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두 나라가 실용적인 공존 방식을 찾도록 노력해 왔다.
이달 초 바레인 안보회의에서 톰 배랙(Tom Barrack) 주터키 미국대사는 “양국이 긴장에도 불구하고 작동 가능한 균형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7. 이스라엘의 불안과 가자 ISF 논쟁

이스라엘에게는 터키가 지원하는 수니파 정권이 다마스쿠스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불안 요소이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전후 가자지구의 국제안정화군(ISF: International Stabilization Force) 에 터키가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미국은 터키의 하마스와의 관계를 “무장 해체를 유도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새로운 안보 리스크”로 본다.
결국 두 나라는 이란의 영향력 차단에는 동의하지만, 터키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터키를 이란 견제 수단으로 보지만, 이스라엘은 터키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8. 가자: 미국 전략의 시험대

시리아가 미국 중동 전략의 **‘핵심 축(keystone)’**이라면, **가자는 그 전략의 ‘시험대(proving ground)’**다.
트럼프 행정부의 당면 과제는 ISF를 실질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경쟁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최소 8개국이 미국의 조정 아래 협력해야 하는 대규모 공동작전이다.

과거 어느 때에도 미국의 직접 개입 없이 아랍 및 이슬람권 국가들이 이런 규모의 평화유지 임무를 수행한 전례는 없다.
따라서 가자 작전은 중동 국가들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9. 가자 안정화의 과제와 리스크

ISF의 과제는 막대하다.

  • 하마스 무장해제,
  • 새로운 팔레스타인 안보기구 양성,
  • 기능적 행정체계 수립 등.

그러나 이 모든 일을 이스라엘과의 조율 속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 최대 난관이다.
ISF 참가국 대부분이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가 없거나 긴장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인 “이스라엘의 가자 지속 점령”은 정치·경제·안보적 비용이 훨씬 크다.


10. 결론: 성공과 실패의 분기점

가자 안정화가 성공한다면, 그것은 단지 전쟁 피해 지역의 복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의 중동 전략을 정당화하고, 워싱턴의 영향력을 강화하며, 지역 차원의 부담 분담 모델을 확립하는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면 실패한다면, 지역 협력의 한계와 미국 철수 전략의 위험성을 드러내며, “미국 없는 중동 안정”이라는 구상의 허상을 노출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