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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아세안은 여전히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가?

Geopolitical Futures /  **“Can ASEAN Still Shape Its Own Destiny?” / 2025년 11월 21일자)** / Victoria Herczegh


1. 아세안의 잠재력과 한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개발도상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 잠재력을 전략적 영향력으로 전환하지 못해 왔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회원국들의 국가적 이해가 서로 상충하고, 내부 갈등이 계속되며, 무엇보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미·중 경쟁의 한가운데 놓여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을 등 돌리지 않으려다 보니 균형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태국 외교장관이 아세안의 오랜 비간섭 원칙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보다 적극적인 경제 통합과 공동 정책 발표를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2. 비간섭 원칙이 만든 구조적 제약

아세안의 비간섭 원칙은 1967년 출범 당시 안정과 일관성을 위한 것이었다. 군부정권, 일당제 국가, 입헌군주제, 민주주의 등 다양한 정치 체제가 섞여 있는 만큼 강제적 개입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칙 때문에 경제 정책, 인도주의 지원 등 공동 행동에 합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세안 헌장이 만장일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태국 외교장관이 “건설적 접근”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 미얀마 사태: 아세안의 무력함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내전이 격화되었고 대규모 난민이 태국으로 유입됐다.
아세안은 군부를 고위급 회의에서 배제하고 ‘5개 합의(폭력 중단 등을 포함)’를 자주 언급했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시키거나 휴전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2026년 필리핀의 의장국 취임이 특별 대사 임명이나 야권과의 적극적 접촉으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합의제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4.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

최근 국경 충돌이 재점화되자 말레이시아는 2년 동안 중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중국은 간접적으로 지원).
특히 올해 7월 전투가 격화되었을 때 태국은 제3자 중재를 거부했고, 이는 아세안이 강제력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미국이 중재한 최신 휴전도 강제 장치가 없어 곧 다시 전투·지뢰 사고·민족주의적 대응이 이어졌다.
결국 아세안이 스스로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중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의 영향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5. 아세안 기관 설계의 한계

아세안의 제도는 본래 갈등 대립보다는 ‘신뢰 구축’에 초점을 두었다.
만장일치 없이는 제재, 평화유지군 파견, 강제 집행 등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회원국의 위협 인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 필리핀은 중국의 해양 공세를 최대 위협으로 본다.
  • 캄보디아·라오스는 중국과 해양 분쟁도 없고 중국 투자에 크게 의존해 강경 대응을 원치 않는다.
  • 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는 미·중 경쟁에서 중립을 중시한다.

6. 필리핀의 외부 협력 확대와 내부 긴장

이런 안보 인식의 차이로 필리핀은 아세안 외부에서 새로운 협력구도를 찾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스쿼드(Squad)’라는 비공식 안보 그룹을 구성해 방어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과 가까운 아세안 국가들을 자극했다. 그들은 필리핀이 미국에 너무 치우쳐 아세안의 ‘중립성’을 해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7. 2026년 필리핀 의장국의 핵심 과제: 남중국해 행동규범

내년 필리핀이 아세안 의장국을 맡게 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최종 합의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중국이 필리핀 선박을 계속 괴롭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1. 국내 정치 불안 극복,
  2. 아세안 회원국을 설득해 중국에 맞서 공동 입장 형성,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일부 국가는 COC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지만, 또 다른 국가들은 외교적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8. 거대한 잠재력 vs. 협력 불가능성

아세안은 약 4조 달러 규모의 GDP로 인도·영국과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며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합의 절차 개혁, 통합 심화 등 내부 논의는 미래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여전히 공동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

  • 회원국 내부 갈등(미얀마)
  • 회원국 간 충돌(태국–캄보디아)
  • 상충하는 국가 이익
  • 미·중 경쟁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의견 차이

2026년 필리핀 의장국의 성패는 아세안이 전략적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강대국에 흔들리는 느슨한 경제 블록으로 남을지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251121_can-asean-still-shape-its-own-destiny-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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