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political Futures / 2025년 12월 17일 / 「The Trouble With Tankers」
반미 정권의 부재를 목표로 하는 미국의 반구 안보 전략
미국에게 반구(半球) 안보란 단순한 군사적 우위 확보를 넘어선 개념이다. 이는 곧 반미 성향 정부의 부재를 의미한다. 워싱턴은 이러한 정부들을 제거함으로써, 더 먼 지역에 있는 적대 세력이 이 지역에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전략은 특히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정권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는 모두 러시아 및 중국과 강력한 정치·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 유조선 압류라는 전략적 격상
12월 10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압류된 사건은 이러한 전략의 명백한 수위 상승이다. 특히 쿠바는 에너지와 정보 부문에서 베네수엘라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카라카스에 대한 압박 강화는 곧바로 아바나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진다.
제재 회피 의혹과 ‘그림자 선단’
미국 당국은 해당 선박이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운송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2019년 제재 발효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해당 선박이 허위 위치 정보를 송출했다는 보도는, 이 선박이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의 일부라는 미국의 의심을 뒷받침한다.
워싱턴은 이후 유조선을 계속 표적으로 삼겠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유조선 운항은 감소했다. (다만 셰브론이 운영하는 유조선은 예외로 보인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가격을 인하했지만, 자사의 운영은 중단 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조선 운항 감소는 마두로 정권의 잠재적 수입원 접근과, 식량을 포함한 필수품 수입에 필요한 미 달러 확보 능력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쿠바에도 직격탄이 되는 에너지 차질
이번 사건은 쿠바에도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압류된 유조선이 실은 원유는 쿠바 마탄사스(Matanzas) 항으로 향하고 있었으나 도착하지 못했다. 대신 해당 유조선은 약 5만 배럴의 원유를 다른 선박에 환적했고, 이 선박은 북쪽의 쿠바를 향했다. 이후 원래의 선박(Skipper)은 동쪽으로 항해하다 미군에 의해 차단되었다.
쿠바 외무부는 즉각 이번 압류가 “미국의 최대 압박 및 경제적 질식 정책을 강화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쿠바는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외국산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멕시코와 함께 수십 년간 쿠바의 주요 원유 공급국이었다.
베네수엘라–쿠바 에너지 협력의 역사
2000년,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원수는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와 협상을 통해 하루 약 10만 배럴의 석유 제품을 쿠바에 공급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석유는 우대 가격으로 판매되었으며, 대금의 일부는 베네수엘라에서 일하는 쿠바인(주로 의사)의 서비스 제공으로 결제되었다.
5년 뒤 쿠바는 베네수엘라가 주도한 페트로카리베(Petrocaribe) 프로그램의 창립 회원국이 되었다. 이 제도는 재정이 취약하고 에너지가 부족한 카리브 국가들이 할인된 가격, 유예 기간, 장기 상환, 저금리 조건으로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베네수엘라의 생산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이 프로그램은 대부분 종료되었으나, 쿠바만은 예외로 유지되었다.
쿠바의 자체 에너지 개발 시도와 한계
한편 쿠바 정부는 자국 내 에너지 생산 확대를 시도해 왔다. 실제로 쿠바 연안에는 여러 유전이 있으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 지역에 최대 46억 배럴의 원유와 9.8조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개발에는 큰 장애가 따른다. 쿠바 정부는 모든 탄화수소 자원을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의 제재는 외국 기업의 투자 참여를 억제한다. 또한 탐사·채굴 기술과 항만·정유 시설 현대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의존하는 쿠바
그 결과 쿠바는 여전히 핵심적인 원유 공급을 베네수엘라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자체의 생산 차질로 인해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쿠바 에너지광업부에 따르면, 쿠바는 하루 약 4만 배럴, 즉 소비량의 3분의 1만을 자체 생산한다.
최근 수치는 쿠바가 현재 베네수엘라로부터 하루 2만4천~5만2천 배럴을 수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멕시코의 공급량은 하루 약 5천 배럴에 불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쿠바가 올해 첫 10개월 동안 2024년 대비 원유·연료 수입이 33% 감소했다고 본다.
이러한 수입 감소는 이미 심각한 쿠바의 에너지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발전소 가동 중단, 교통 마비, 농업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봉쇄와 에너지 문제에 맞서기 위해 쿠바를 지원하는 ‘국제 에너지·전력 임무단’ 구성을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에너지 위기와 사회 불안
미국은 에너지 수입 차질이 쿠바 내 사회적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쿠바 전역에서 정전이 반복되면서 시위가 격화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최대 20시간 지속된다.
과거 미국의 조치—관광 제한, 외국인 투자 위축 등—도 쿠바 경제에 압박을 가해 항의 시위를 부추겼다. 쿠바 정부는 최근 경제난을 인정하면서, 이를 알레한드로 힐 전 경제장관에게 전가했고, 그는 현재 부패 및 국가 경제 안보 범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정권 유지의 한계와 미국의 계산
지금까지 아바나는 정권에 도전할 만한 조직화된 움직임의 출현을 막아 왔다. 그러나 현 체제 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쿠바의 에너지 공급은 극도로 훼손되었고, 이는 경제 회복이나 외부 지원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외부 후원국들도 쿠바를 지탱할 재정적·정치적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쿠바 문제로 워싱턴을 노골적으로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쿠바 주민의 인터넷 접근 확대 노력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시작한 정책이다. 실제로 쿠바 주민들은 2021년 7월 대규모 시위 당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조직했다.
유조선 압류가 보여주는 미국의 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유조선 압류는, 워싱턴이 지금이 쿠바에 대한 경제 공세를 강화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이 전략을 통해 쿠바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정권 교체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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