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헐체그(Victoria Herczegh) / 2025년 10월 12일 / Geopolitical Futures
1. 시진핑의 ‘종교의 중국화’ 가속 명령
지난주 열린 비공식 정치국 학습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종교의 중국화(Sinicization of religions)’를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화’란 누군가 혹은 어떤 대상을 중국적 영향 아래에 두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공산당은 이를 소수민족 동화나 외부 세력 종속의 수단으로 자주 활용해 왔다.
시 주석은 개회 연설에서 종교 단체들이 사회주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중국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종교 지도자들이 ‘중국식 현대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급 당위원회가 종교 업무에 대한
지도력을 강화하고, 관련 법과 정책을 개선하며,
‘법치에 따른 종교 운영’에 대한 선전·교육을 심화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2. 상징에서 제도화로 — 중국화 정책의 강화
‘종교의 중국화’ 개념은 시진핑 집권 초기부터 존재했으나,
초기에는 특정 종교에 한정된 상징적 조치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정책들은 구조적 성격을 띠며,
중국이 공인한 5대 종교(불교, 도교, 이슬람, 가톨릭, 개신교) 모두에
강경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가 사회에서 유일한 이데올로기 기준점으로서의 위치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3. 마오쩌둥 시대의 종교 탄압
이 같은 공포는 현대 중국의 역사 전반을 흔들어왔다.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직후, 그는 종교적 영향력을
“외세의 문화적 제국주의”, “봉건주의”, “미신”으로 규정했다.
종교 신앙은 공산당 통치에 도전할 수 있다고 믿은 그는
종교 단체를 박해하고 선교사를 추방했으며,
종교 시설을 몰수하여 세속적 용도로 전환시켰다.
문화대혁명기에는 종교 활동 전면 금지와 사찰·교회·모스크 파괴가 이어졌다.
덩샤오핑 시절 들어서야 “종교의 복잡성”이 인정되며 다소 완화되었고,
국민의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었지만,
학교 내 공식 종교 교육은 여전히 금지되었다.
4. 개혁개방 이후 종교의 부흥
1980년대 경제 성장과 함께 종교 생활도 활기를 띠었다.
당국은 종교 활동을 사회적 안정의 원천이자,
종교 관광 산업을 통한 경제적 기회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마오 시절 파괴된 사찰과 교회를 복원 지원하기도 했으며,
공인된 5대 종교 외의 다양한 종교 활동도 10여 년간 비교적 관대하게 허용했다.
5. 톈안먼 사태 이후의 재통제
그러나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공산당은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다시 강화했다.
당의 영향력을 위협할 수 있는 단체나 활동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파룬궁, 통일교, 하나님의 자녀(Children of God) 등이
‘반공 사상 전파’ 혐의로 금지되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는 5대 공인 종교 외의 단체는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되었다.
후진타오 시기에는 지방정부에 종교 관리 권한이 일부 위임되었지만,
여전히 공인 종교만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대우를 받았다.
6. 시진핑의 2015년 ‘종교 중국화’ 캠페인
2015년 시진핑은 ‘종교 중국화’를 처음 제창하며,
모든 공인 종교가 교리·관습·도덕을 중국 문화에 융합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후 추진된 규제 강화는 외래 종교,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들 종교가 ‘서구 가치관’과 ‘극단주의’에 취약하다고 주장하며
교회와 모스크의 종교 상징물을 제거해 ‘더 중국적인’ 모습으로 바꾸었다.
목사와 이맘은 사회주의 가치와 부합하는 설교를 하도록 지시받았다.
반면 도교와 불교는 오히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기도 했다.
7. 전면적 통제 강화 — 온라인 종교 활동 금지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국산 종교’조차 예외가 아니다.
시 주석은 모든 종교가 ‘중국식 현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예를 들어, 2025년 9월 새 행동 강령이 발표되어
모든 종교의 사제·목회자 등이 인터넷을 통한 종교 활동을 금지당했다.
특히 청소년에게 온라인으로 종교 사상을 전파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아동이 법적으로 종교를 갖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대학교에서도 종교 교육은 금기시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가장 접근성 높은 종교 교육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목적은 경제 불황과 청년 실업 속에서
종교로 위안을 찾는 젊은 세대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8. 도시 중산층과 지식인의 종교 회귀
종교는 더 이상 청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중산층 전반에서 종교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 지식인들은 당에 대한 신념을 잃고 종교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해외 유학이나 출장 중 자유로운 기독교 신앙을 접한 이들이 많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최근 해외 종교 교류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새 규정에는 종교 인사가 **“외세와 인터넷을 통해 결탁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다.
9. 불교까지 겨눈 새로운 탄압
최근 몇 달간 정부는 유명 불교 지도자들을
‘기부금 횡령’ 혐의로 비난하며 monk 자격을 박탈했다.
그 주변 신도 공동체들도 해체되었다.
이러한 탄압은 단순한 도덕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시진핑 정권 특유의 방식대로, 부패 척결 명분을 이용해
잠재적 위협 세력을 제거하고,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10. 이데올로기적 불안의 징후
시진핑이 ‘종교의 중국화’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공산당 지도부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과거에는 주로 기독교·이슬람 등 외래 종교만을 겨냥했던 정책이
이제는 모든 종교 전반에 대한 전면 통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국가에 대한 환멸이 커지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있으며,
특히 도시의 고학력 청년층이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지목된다.
이들이 곧 혁명을 일으킬 조짐은 없지만,
당의 절대적 권위가 서서히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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