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정세메모

러시아 에너지, 당장은 ‘괜찮다’

에카테리나 졸로토바 (Ekaterina Zolotova)
Geopolitical Futures, 2025년 10월 14일


1.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러시아 정유시설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그 목표는 러시아 내 물류망과 경제를 교란하는 것이다.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이 한층 강화되었으며,
가장 최근 공격은 러시아 영토 깊숙이 1,400km 떨어진 바시키르토스탄(Bashkortostan)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부족과 가격 급등이 일어났다.

2025년 10월 13일 기준,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래소에서
AI-92 휘발유 가격은 톤당 74,167루블(약 929달러), 디젤유는 73,551루블로 올랐다.
이는 거래소 사상 최고치(또는 2023년 9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이 연료 부족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러시아 석유산업이 수십 년째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에 불과하다.


2. 러시아 석유산업의 구조적 불균형

석유가 러시아 경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주기적인 연료 부족 사태를 겪어왔다.
이는 산유국들에서도 흔한 문제인데, 핵심 원인은 연료 종류별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대부분의 정유시설이 유럽 러시아 지역이나 주요 유전 근처에 집중되어 있어
국가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지 못했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서 수요가 급등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여름철 남부 지역은 더운 날씨와 관광객 유입으로 수요가 폭증해 항상 공급이 부족하다.
모스크바처럼 사회적 안정이 중요한 지역은 여러 방향에서 연료 공급이 가능하지만,
지리적으로 복잡한 지역들은 대체 공급로를 확보하기 어렵다.


3. 디젤偏重 구조와 내수 불안정

이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디젤 생산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다.
디젤은 수익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세계 최대 디젤 연료 수출국이며,
전쟁 전에는 주로 유럽으로 수출했으나,
현재는 터키와 중국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정부는 2025년 말까지 디젤 수출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직접 생산자가 아닌 제3자 수출자에게만 적용된다.

결국 러시아는 디젤 생산 비중을 줄이기 어렵고,
내수 휘발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취약한 구조로 남아 있다.
제재로 인해 공급 확대도 쉽지 않다.


4. 가격 왜곡과 정부 개입

가격은 생산자들의 생산 및 공급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연료 위기도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2018년, 가즈프롬(Gazprom)과 로스네프트(Rosneft) 같은 대기업이
국내보다 유럽에 파는 게 더 이익임을 깨닫고 수출에 집중하면서
러시아 내 40%의 지역이 디젤 대란을 겪었다.

정부는 연료 가격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지만,
국가 재정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금과 보조금 정책으로 간접 조정을 하고 있다.


5. ‘댐핑 메커니즘’ 제도

2019년 러시아 정부는 **‘댐핑 메커니즘(damping mechanism)’**을 도입했다.
이는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국제유가가 높아 수출이 유리할 때는,
정부가 국내 공급을 유지하는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대로 내수판매가 더 유리할 때는 수입 일부를 환수한다.

다만, 월평균 내수가격이 기준세율에서
휘발유 10%, 디젤 20% 이상 벗어나면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25년 8월에는 많은 기업이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5년 10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이 제도의 보조금 제한을 중단(모라토리엄) 하기로 했다.
즉, 국내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정유사는 정부 지원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정유사들이 국내시장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6. 수출금지 연장과 부작용

러시아 정부는 휘발유 수출금지를 2025년 말까지 연장했다.
이번에는 직접 생산자도 포함된다.
이는 내수 안정화 목적이지만, 동시에 기업들의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기업들이 수출 재개를 기다리며 생산을 줄이거나,
연료를 비축하지 않아 국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독립 주유소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기도 한다.


7. 드론 공격의 실질 영향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은 정유시설 가동 중단을 일으켜
일시적 가격 급등을 초래했으나,
통계상으로 정유용량의 38%가 감소했다는 수치는 과장된 면이 있다.

대부분 시설은 완전 파괴되지 않고 수리 후 재가동된다.
또한 러시아의 연간 정제용량(3억2,700만 톤) 중
실제 가동량은 약 2억6,500만 톤 수준으로, 상시 유휴 설비도 있다.

따라서 드론 공격 후 가솔린을 공급하는 주유소는 약 2.6% 감소,
전체 네트워크 기준으로는 1.6% 수준의 감소에 불과했다.


8. 러시아의 대응과 전망

드론 공격은 점점 더 잦아지고 깊숙한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대도시 방공망 강화
에너지기업의 대규모 안티드론(anti-drone) 시스템 구매로 대응 중이다.
일부 장비는 개당 100만 루블에 이를 정도로 고가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벨라루스 등 인접국에서 연료를 수입하거나,
국내 비축분을 활용해 단기적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A. Novak)은
“물류 문제는 해결 중이며, 정유시설 생산도 회복세”라고 밝혔다.


9. 결론: ‘위기’는 아니지만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

결국 단일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급능력과 수입루트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은 지리적·보안상 취약성을 안고 있으며,
시장 불균형도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외부 충격에 항상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251014_russian-energy-is-fine-for-now-geopoliticalfutures-com.pdf
0.1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