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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세메모

러시아 없는 지역 질서

Geopolitical Futures / 2025년 12월 30일 / **〈A Regional Order Without Russia〉** / Ekaterina Zolotova 


CIS 정상회의와 드러난 균열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정상들을 소집해 연례 회의를 열었다. CIS는 옛 소련 위성국들로 구성된 기구로, 다양한 정부 간 협력을 장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스크바가 ‘동등한 국가들 중 첫 번째(first among equals)’로 간주된다.

이 회의는 대체로 비공식적이며 명확한 의제가 없는 경우가 많고, 회원국 간 다수의 양자 회담과 함께 열리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2년 연속으로 크렘린은 모든 CIS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실패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불참했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바쁜 일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정에는 러시아의 역사적 경쟁국이자 유라시아에서 러시아의 사실상 지도력을 위협하는 터키의 부통령 방문이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 같은 불참에 대해 크렘린은 “전적인 이해를 가지고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중재자 지위 상실에 대한 불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대표가 같은 테이블에 앉기를 원해왔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국제 무대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

특히 미국이 **‘트럼프 국제 평화·번영 경로(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와 같은 구상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다 넓게 보면, 2025년 한 해는 러시아와 코카서스 국가들 간 관계에 상당한 긴장을 초래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고, 러시아 내에 대규모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스크바의 시각과 일치했어야 할 관계였기 때문이다.


러시아–코카서스 갈등을 상징하는 사건들

러시아와 캅카스 간 긴장을 보여주는 사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 2024년 말 악타우 인근 항공기 추락 사고는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 2025년 6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여러 명의 아제르바이잔 국적자가 구금된 사건도 반감을 키웠다.

아르메니아는 불만을 훨씬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니콜 파시냔 총리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간 갈등이 격화되었을 때, 친러 성향 사업가 사무엘 카라페티안은 야당이 교회를 방어하지 않으면 쿠데타를 촉구했다는 혐의로 투옥됐다.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자국이 더 이상 러시아의 “동생 국가”가 아니라고 선언했으며, 2025년 12월 아르메니아와 EU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 의제를 채택하고 국방 분야 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러시아가 주도하지 않는 새로운 코카서스 질서

외교적 분쟁을 넘어, 모스크바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코커고스 지역에서의 구조적 변화다. 요컨대, 러시아가 더 이상 압도적 강대국이 아닌 새로운 지역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옛 소련 국가들이 영원히 자국 궤도에 머물 것이라고 가정해 왔다. 이 지역 산업의 대부분이 러시아와 연결돼 있고, 러시아가 사실상 유일한 구매자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정에는 일정 부분 근거가 있었다.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는 완충지대로 여겨졌고, 이들 국가는 대체로 모스크바와 무역을 지속했으며, 러시아로부터 대출·투자·송금 형태의 자금을 공급받았다.

중국의 제조·무역·투자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한 경제적 종속을 다른 종속으로 대체하는 것을 꺼렸다. 인프라 역시 러시아 중심으로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모스크바는 계속해서 지역의 중추로 남아 있었다.


서방의 시각 변화

미국은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에서 상업적 기회를 인식하고 있지만, 주된 관심은 러시아의 영향력 약화에 있다. 유럽 역시 비슷한 관점을 갖고 있었다.

유럽은 값싼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계속될 것이라 가정했기 때문에, 옛 소련 국가들에 깊이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코카서스에서 장기적·고비용 물류 프로젝트에 투자하려는 의지도 적었다. BP, 엑손, 셰브론, 에니 등 서방 석유기업들도 이 지역 생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러시아의 경제적 위상 약화

이제 이 지역은 더 이상 친러시아 지역으로만 인식되지 않는다.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요 경제 파트너 지위를 상실했다.

  • 아제르바이잔의 교역 상대국 순위에서 러시아는 이탈리아와 터키에 이어 3위다.
  • 아르메니아의 경우 러시아는 에너지와 식량 분야에서 여전히 중요한 수출·수입 파트너이지만, 중국·UAE·이란·EU 등으로 교역 구조가 다변화됐다.

러시아는 2025년 교역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인정했는데, 2024년 110억 달러였던 교역액은 2025년 상반기에만 45억 달러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구조적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지만, 원인은 전쟁 하나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옛 소련 국가들은 에너지 공급국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서방이 러시아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유럽은 중앙아시아·코카서스 경제가 안정·성숙함에 따라 지역 물류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게 됐다.

즉, 이제 이들 국가와의 협력은 단순히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러시아 없이 진행되는 유라시아 통합

현재로서는 러시아의 영향력과 무관하게 유라시아 통합이 발전할 수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지역 국가들은 러시아를 반드시 고려하지 않은 채, 상호 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협정을 통해 교통 회랑 개방을 추진 중이며, 이미 일부 진전이 나타났다. 2025년 12월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에 직접 석유 및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도 악타우–바쿠–제이한 노선을 통한 석유 수송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중국·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간회랑(Middle Corridor) 프로젝트 역시 러시아의 개입 없이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의 선택지 축소

이러한 현실은 모스크바에 거의 기회를 남기지 않는다. 러시아는 여러 주요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해 있다.

니콜 파시냔 총리는 러시아가 복구하지 않을 경우, 아르메니아 영토 내 러시아가 보유한 철도 운영권(아제르바이잔·터키 국경 연결 구간)을 회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러시아가 중간회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통제할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다.

모스크바는 이런 위협에도 익숙하지 않지만, 그에 대응할 지렛대가 없다는 사실에는 더욱 익숙하지 않다.


여전히 중요한 러시아, 그러나 중심은 아님

물론 러시아는 여전히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핵심 경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일정 부분 긴장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2025년 10월 두샨베에서 열린 러시아–아제르바이잔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대화는 재개됐다. 파시냔 총리도 비공식 CIS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러시아는 2025년 1~9월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직접 투자를 약 1,810억 달러로 늘렸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더 이상 중심축이 아닌 지역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서방의 경제·정치·군사적 고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모스크바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존의 경제·군사적 압박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며, 2026년 러시아의 접근 방식 변화가 예상된다.

 

20251230_a-regional-order-without-russia-geopoliticalfutures-co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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